사진=김희수 에프앤가이드 상무 |
2010년 말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무더기 환매가 이루어지고, 다시 시장이 하락하면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1년의 유럽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향후의 장기적인 수익률 전망보다는 원금 회복 여부를 더 중시하는 본전 찾기라는 다소 비이성적인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진국과 달리 주식시장에서 간접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펀드투자도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것은 단기에 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들의 투자성향에도 기인하겠지만, 자본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소위 전문가 집단에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자산운용회사의 경우 고유의 투자철학에 근거하여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특색 있는 펀드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유행이나 테마를 쫓아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다 보니 비슷한 성격의 펀드들이 시장에 너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주식 종목 고르기보다 펀드 고르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펀드매니저의 잦은 변경도 장기투자 문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의 평균 근속연수는 4년이 안 된다. 책임지고 펀드를 운용할 매니저가 자주 교체되니 펀드의 특색이 없어지는 현상이 가중되는 것이다.
펀드 판매회사의 경우는 투자자의 이익 보다는 회사나 영업직원의 이익을 앞세워 펀드를 추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판매보수가 높거나 계열사가 운용하는 펀드를 더 적극적으로 판매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를 부추겨 ELS(주가연계증권)나 방카슈랑스 등 다른 금융상품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꼼수’영업도 최근 펀드 환매가 늘어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언론도 단기투자를 부추기는데 일조하고 있다. 주간 단위로 펀드들의 수익률 순위를 매겨서 보도하다 보니 투자자들이나 운용사들이 단기성과에만 집착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장기적인 간접투자의 성공사례보다는 단기적인 종목의 수익률을 좀더 집중해서 부각하는 것도 장기 간접투자 문화정착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시장에 투자해서 손해 볼 확률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특히 장기투자에서는 복리효과로 인해 비용(판매보수와 운용보수)이 저렴한 펀드, 즉 ETF 등 인덱스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은 조금만 금융지식이 있으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임에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는 개인투자자, 운용회사, 판매회사, 언론 등 모두 단기적인 이익을 쫓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우리 자본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모든 참여자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대한민국 자본시장이라는 큰 배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펀드로의 안정적인 자금 유입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