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코스피가 ‘버냉키 쇼크’와 ‘중국 신용경색 우려’로 나흘 만에 6% 가까이 하락한 가운데 8조6000억원에 이르는 매수여력을 가진 연기금이 국내 증시 구원투수로 나서줄지 주목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매수 목표액을 86조1000억원으로 잡았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3월 말 기준 보유한 국내 주식 75조6000억원어치와 4월부터 이날까지 순매수한 액수 1조9073억원을 뺀 매수 여력은 8조5927억원으로 추산된다.
연기금은 역사적으로 증시 하락 국면에서 주식을 대거 사들여 왔다. 이는 연기금이 경기보다 가격에 민감해서다.
삼성증권 자료를 보면 연기금은 2003~2012년에 걸쳐 주식매수와 경기선행지수 간 상관도가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2009년 경기선행지수가 악화될 당시 오히려 연기금은 3조~4조원 가량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기업실적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연기금은 같은 기간 실적이 악화될 시기에 되레 주식을 샀다.
연기금은 항상 주가 하락을 활용해 주식 비중을 높여 왔다는 얘기다. 2003년 이후 연기금이 순매수한 시기는 주가수익비율이 8~9배로 역사적인 저점 수준에 있을 때다.
코스피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양적완화 조기 종료 가능성을 밝히면서 20일, 21일 각각 2%와 1.49%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 신용경색과 성장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24일, 25일에도 각각 1.31%, 1.02% 하락했다.
증권가는 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연기금이 가격 면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구간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연기금은 최근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기관 매매동향을 보면 20~25일에 걸친 순매수액이 2517억원으로 2위에 머물렀다. 1위인 투신권(6093억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투신권 매수는 채권에서 빠져나오는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기금이 아직까지는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 자금 집행 시기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출구전략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이지만 중국발 악재는 예상 밖”이라며 “중국 당국이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때 연기금도 매수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글로벌 이슈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진 바람에 2분기 상장사 실적 발표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연기금이 증시 가격 면에서 매력을 느낄 시점은 확실히 도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