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개설한 ‘에너지공기업 재무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해외자원개발과 관련된 공기업의 방만 투자사업을 합리화하고 공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공기업들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제고하는 한편, 핵심역량에 집중토록 하기 위해 자원개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그간 손쉽게 자원개발에 접근할 수 있었던 해외 기업 M&A 등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을 정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해당 공기업들은 앞으로 자원개발 추진시 탐사·발굴을 직접 해야 한다.
송유종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공기업 단독으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한계점이 드러난 만큼 민간기업과 함께 진출하는 동반 진출 전략에 무게를 둘 계획”이라고 전했다.
민간기업을 자원개발사업에 참여시켜 공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부채비율이 높은 상위 10개 공기업을 보면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한국전력공사, 광물공사, 석유공사, 석탄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가운데 석유공사는 MB정부시절 자주개발률(배타적 경제권 행사가 가능한 에너지 비율) 확대 정책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해외 M&A 사업을 주도해왔다. 이때부터 석유공사는 적대적 M&A 등에 착수해 미국 테일러(앵커로 개명), 페루 페트로테크(사비아로 개명), 캐나다 하베스트, 영국 다나 등 해외 에너지기업을 잇따라 인수했다.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지분인수를 통해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했지만, 탐사 실패와 효율성 저하로 지난 3월 해외 사업 3건(호주, 페루, 볼리비아 등)을 철회했다. 이들 사업은 모두 이명박 정부 때인 2008~2009년 추진됐던 사업으로 투자비용만 37억원이 소요됐다. 공사는 볼리아에 19억원, 화이트클리프에 18억원을 투자했으며, 페루 셀렌딘 광산에는 지분 40%를 투자하려다 광역 탐사 단계에서 계획을 철회했다.
정부는 이 같은 대규모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따른 실패가 해당 공기업들의 부채를 눈덩이처럼 불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등 해외자원개발에 앞장선 공기업들의 부채는 지난 2007년 말 각각 3조7000억원, 4000억원 등이었으나 2012년 말에는 18조원, 2조4000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이에 산업부가 나서 실익이 없는 자산을 우선 매각하는 등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예산 및 조직방향에 대해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중”이라며 “내주 중으로 조직혁신안을 발표하고 7월부터는 비상경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물자원공사도 정부의 판단에 따라 비상체제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입맛에 따라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체계적인 수익전망도 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에너지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을 빠른 시일 내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라며 “효율성에만 입각한 채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무작정 축소하는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탐사광구 등 해외자산을 매각할 때 유가나 가스 등 원자재가격을 봐가면서 매도 시점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비효율 자산 매각 방침을 정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산업부는 에너지공기업의 사업 및 역량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다음 달 재무구조 개선안 최종보고서를 채택해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그 동안 재무구조 개선 TF 팀은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한전 등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자산가격이 크게 하락한 사업 △설비 노후화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사업 △재무구조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대형 투자사업 등을 집중적으로 평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