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휘호전'이 13일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에서 열린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주석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역대 지도자와 대통령의 휘호와 각종 글씨 5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대통령의 휘호는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취지다.
전시는 5부로 나눠 선보인다.
1부는 대한민국의 태동을 이루었던 두 지식인이자 사상가, 정치적 경쟁자였던 이승만대통령과 김구주석의 휘호를, 2부에서는 근대화와 민주화의 대척점에서 사상과 정치를 이끌었던 박정희대통령과 김대중대통령의 휘호를 역사적, 정치적 사건과 대비하여 비교했다.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우고 서예를 연마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글씨는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뛰어난 글씨를 가진 대통령으로 꼽힌다. 기교가 뛰어나고 유려한데 특히 ‘민족정기’라고 쓴 휘호는 그의 유려하고 개방적인 사상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이념을 휘호를 통해 드러낸 대표적 대통령이었다. 확인된 휘호나 현판만 1200여점에 이르는데 특유의 박력 있는 필체는 ‘사령관체’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경매에서 박 대통령 휘호로는 역대 최고가에 팔린 ‘우리들의 후손이’로 시작되는 휘호 등을 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야 시절에는 동지들에게 자신의 철학이 담긴 휘호를 나눠줬지만, 대통령 시절에는 휘호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 전시에 출품된 ‘새 천년 새 희망’이라는 휘호는 ‘대통령 김대중’이라는 글이 들어가 희귀작으로 평가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휘호 대신 SNS 등 새로운 소통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재임 기간에 남아있는 휘호가 거의 없다. 전시에서는 2007년 10월 육로로 북한을 방문할 때 방명록에 남긴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는 글의 인쇄본이 전시에 출품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매년 신년 휘호를 발표해 5~6개의 휘호가 있지만 국가기록원에서 아직 자료 정리를 마치지 않아 외부 반출이 금지되면서 한 기관의 방명록에 남긴 글이 대신 출품됐다.
이 외에도 육영수, 손명순, 이희호 등 역대 영부인들의 글씨도 볼 수 있다.
롯데갤러리 성윤진 큐레이터는 "역대 대통령들은 성격이나 통치 스타일, 시대상에 따라 휘호와 글씨도 제각각인데 이들의 글씨를 비교해보는 것도 전시의 묘미"라며 "이번 전시는 대통령들의 '글씨'를 통해 한 나라의 방향과 기조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02)726-4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