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였던 마지막 세 번째 화살이 공개되자 아베 내각의 희망과는 반대로, 주가가 폭락하고 엔화환율도 달러당 95엔대로 내려오고 있다. 무제한적 양적완화와 엄청난 재정팽창, 그리고 성장정책이라는 세 가지 내용을 모두 보고 나니 그 정도로는 일본경제를 구해내기 어렵지 않겠느냐하는 의구심이 확산되었다는 의미다.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화살은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과 처음부터 맞지 않는 조합이었다. 재정여건은 한 경제의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 중 하나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지나면서 재정여건이 이미 세계 최악 수준으로 추락했었고, 그 이후에도 매년 점점 더 빠르게 나빠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노믹스는 금년 재정적자를 11.5%까지 벌려놓겠다고 공언함으로써 가뜩이나 위험스런 재정 상태를 더 악화시키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1%를 넘는다 함은 남유럽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이 재정위기의 한 복판에서 상황이 가장 안 좋았을 때 1년 정도 기록했던 수치이다.
게다가 현재 240%에 달하는 일본의 '국가채무/GDP' 비율은 심지어 재정위기를 가장 혹독하게 치렀던 그리스보다도 훨씬 높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일본은 이미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자신을 알고 상대방을 알아야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던가. 재정 건전화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과는 정반대로 재정을 악화시키겠다고 하니 마치 화살을 과녁과 반대방향으로, 과녁이 아닌 자신을 향해 쏘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차에 지난 주 발표된 세 번째 화살에, 성장을 위한 결연한 개혁이 담겨있지 않자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찬물을 끼얹은 듯 빠르게 식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재정건전화라는 네 번째 화살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베 정부는 일본 국민들이 듣기 싫어하더라도 경제의 장래를 위해 세금을 늘이고 지출을 줄여야만 한다는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 돈을 풀고, 재정지출은 늘이며, 하기 어려운 과제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려다보니 아베노믹스는 경제 펀더멘털과 어긋나는 정책,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정책이 되고 말았다.
경제를 치유할 수 있는 대담한 경제 정책이라기보다는 표를 의식한 정치적 프로파겐다 밖에는 되지 못했다. 기반이 부실하다보니 처음 만난 폭풍우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아베노믹스가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그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더라도 당장은 아닐 것이다.
지푸라기를 쌓다보면 언젠가는 마지막 지푸라기가 당나귀의 등뼈를 부러뜨리게 마련이지만 일본경제의 등뼈는 아직은 그리 쉽게 부러지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을 미루면 미룰수록 문제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지겠지만 아베 정부는 유동성을 자꾸 풀어가면서 위기의 도래를 미루려 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국경제는 일본경제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계속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 산업, 인구, 제도적 측면에서 일본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유사시 일본과 도매급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 둘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을 미리 미리 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