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에선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만나고, 책에선 작가와 등장인물을 만나고, TV에선 방송인들을 만난다. 그들도 시청자를 만난다. 심지어 SNS에선 수많은 당신들과 ‘소통’이란 말로 만나고 또 만난다. 지금 시대의 만남은, 적어도 지나간 시간이야 넘지 못한대도 공간만은 뛰어넘은 게 분명하다.
이 적지 않은 만남은 때론 만남의 맛을 퇴색시킨다. 때문에, 행복한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선 익숙함을 경계해야 한다. 설렘으로 시작해 시나브로 의리로 사는 부부의 익숙함, 언제나 내 편일 것이라는 믿음에 잠식된 가족 간의 익숙함, 늘 그 자리에서 일 해줄 것 같은 직장동료와의 익숙함, 항상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익숙함, 모든 익숙함은 만남의 맛을 떨어뜨린다.
법정스님은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이라 했다. 영혼의 진동 없다면 그것은 만남이 아니라 한때의 마주침이라 했다. 또 그런 만남을 위해 스스로 좋은 친구감이 되기 위해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비즈니스 격언에도 성공하는 사람은 명함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말이 있다.
소통의 홍수, 만남이 범람하는 세상이다. 수많은 만남은 다양한 기회를 주겠지만, 휩쓸려 사라질 위기이기도 하다. 지금 만나고 있는 누군가, 무엇인가와 공명하고 있는가? 마주치고 있는가?
정채봉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는 ‘손수건’같은 아름다운 만남을 준비해야겠다. 세상의 모든 당신과의 맛있는 만남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