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나전칠기 장인 이진호(53)의 '자개의 화려한 꿈'전이 서울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열린다.
나전칠기 본 고장 통영에서 태어난 이진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자개에 입문했다.
전복껍데기를 갈고 쪼고 문질러 오색찬란한 자개를 뽑아 수를 놓는일에 매료된 그는 통영에서 공방생활을 시작으로 부산 서울 대구 경기 등 전국을 떠돌며 나전 기술을 익혔다. 이후 부산 괴정동 황의용 선생의 공방에서 10년간 자개 기술을 사사했다.
자개는 100% 수작업. 한 땀 한 땀 정성과 노동집약적으로 만드는 느린 자개작업이지만 포기할수 없었다.
전복껍데기에 불과하던 자개가 그의 손길을 거치면서 꽃이 되고, 봉황이 되어 수백, 수천년이 지나도 은은한 광채를 뿜어내는 보석으로 탈바꿈하는 순간 세상 시름을 잊고 또다시 몰두하기를 40년째다.
그는 "나전칠기야말로 경쟁력이 있는 대한민국 문화유산"이라며 나전칠기 장인으로서 자부심이 강하다.
정교함과 긴 수명, 영롱한 빛깔의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수공의 나전칠기는 고가로 인해 일반 대중들이 쉽게 만나볼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나전장 이진호는“나전칠기는 실용의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쓰임새를 잃어버리고 쳐다보는 것에만 그치다보니 퇴락의 길로 접어든 것이지요. 저는 생활 속에서 온전히 제 역할을 하면서 감상도 할수 있는 나전칠기를 만듭니다. 앞으로도 현대인들의 정서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 쇠락하고 있는 나전칠기의 멋을 세상사람과 다시 이어주고 싶습니다. ”
오는 5일부터 여는 전시에는 서양화나 동양화처럼 벽에 걸어두고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은 물론 교자상, 찻상, 꽃병, 소파용 테이블, 좌탁 까지 실용성을 갖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진주빛 자개의 섬세함과 영롱한 빛을 발하며 나비들이 노니는 혼수함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전시는 15일까지.(02)730-3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