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기에 보다 더 삼성의 조직문화는 ‘관리’와 ‘신상필벌’로 압축된다. 오너가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도덕성·에티켓·효율·보안의식 등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해 철저히 관리감독을 하는 식이다.
“능력이 있으면 누구라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실제로 삼성에는 조리·동물 사육·헬기 조종·간호 등의 분야에서 전문 임원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中)
이처럼 ‘비서실 경영’으로 대변되는 삼성의 관리문화는 대표적인 일본식 경영스타일이지만 삼성은 이를 철저히 ‘삼성화’시킨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아버지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 시절부터 내려온 관리문화에 창조경영을 덧입혀 새로운 조직의 변화를 꾀했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사람의 질(質)’도 바꿔야 한다며 능력위주·핵심인력 양성·복리후생·여성인력 활용 등을 삼성 인재관리 원칙으로 내세웠다.
그는 신경영 선언 이후 조직 체계를 능동적으로 전환하고 결제체계를 단순화 시켰다. 1990년대 중반 삼성 계열사 사장과 이 회장의 팩스를 24시간 개방해 현장 직원과 협력업체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신문고 제도 역시 창조경영의 일환이었다.
인사원칙에 있어서도 이 회장은 ‘신상필벌’·‘신상필상’을 강조하며 학연·지연에 관계없이 오로지 능력·실적 위주 인사를 통한 합리적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데 역점을 뒀다.
특히 외부 인사 중용에도 힘썼다. 경력 출신인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신경영 선언 이후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시작으로 삼성은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와 기존 인력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성과주의 원칙은 사람이 아닌 직무에 기반한 평가와 보상으로 애사심과 충성심이 강한 조직 관리를 가능케 했다. 성과급 제도 역시 이런 삼성의 경영의 원칙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같은 삼성의 관리문화는 최근 그룹의 화두인 윤리경영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 경영 복귀 이후부터 삼성에 강도높은 윤리경영을 주문해왔다. 기업 윤리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없으면 삼성이라도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의 표현이었다.
이에 삼성은 2011년 그룹 내 준법경영실을 신설하고 260여명의 전담인력을 갖췄다. 이후 삼성 임직원들은 경조사를 알릴 때 ‘경조금이나 화환은 받지 않겠다’고 명시하고 거래처와 사적으로 골프 치는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인사성 선물도 받지 않는다.
지난해 2월 ‘담합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 후에는 삼성전자가 시행 중인 이메일 필터링 시스템과 경쟁사 접촉 신고제를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또한 관계사별로는 상시적 현장점검과 진단활동을 실시하고 고위험 부서에 대해서는 심층적 점검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준법경영지수를 만들어 임원평가 항목에도 반영하고 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체계적인 조직문화는 다른 기업에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이같은 시스템에서 잘 교육된 삼성맨들이 타기업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