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다음달 방중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교민들이 온갖 고초를 겪고 있는 다롄(大連)을 찾아주길 간절히 희망한다."
STX다롄조선소의 한국 협력업체들이 결성한 STX다롄그룹채권자협의회(이하 협의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희암 고려용접봉 중국법인장(사진)은 29일 기자를 만나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연세대 농구팀 감독,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감독 등으로 코트를 호령하며 최고의 승부사로 군림했던 최 법인장이 어느 때보다 절박한 승부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그나마 최 법인장의 회사는 나은 편이다. 고려용접봉 중국법인 매출의 30% 가량이 STX 관련매출이기 때문이다. 협의회를 결성한 31개 업체 중 절반 이상은 매출 전체가 STX 관련매출이다.
그는 "한 회원사 사장은 아침마다 눈을 뜨기 겁난다고 토로한다"며 "회사에 나가면 밀린 월급을 달라는 현지 직원들의 협박과 등쌀에 하루종일 시달리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하루아침에 급여가 체불되고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한국 기업의 주재원 가족이나 STX를 바라보고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 모두 절망감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STX다롄조선소는 세계 조선산업에 닥친 불황으로 몇년 전부터 매출이 급감했다. 여기에다 한국 STX본사로부터의 자금지원이 끊기면서 압박이 가중됐고 지난해 중국계 은행들이 대출금을 회수해가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급기야 STX다롄조선소는 3월부터 납품업체에 대한 대금지급을 하지 못했고, 급기야 공장가동을 중단시켰다. 직원들은 6월15일까지 휴가 처리된 상태이며 현재 공장은 폐업 직전의 분위기라고 최 법인장은 전했다.
최 법인장은 "협의회에 참여한 31개 업체의 미수금은 모두 5억8000만위안(한화 약 1000억원) 규모이며 이들 업체에는 3000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의회 소속 31개 업체의 외주업체만 384개사에 이른다.
고려용접봉의 미수금은 4000만위안 가량이지만 중소기업 중에는 미수금이 8000만위안을 넘는 곳도 있다. 그는 "이대로라면 다롄에 거주하는 3만 교민들의 생계가 큰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며 "이제는 우리 정부가 나서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중 예정인 박 대통령이 다롄을 한번 방문해준다면 그래도 사태 해결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이 열리지 않겠느냐"며 다급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다음달 초에 권영세 신임 주중 한국대사가 부임한다고 들었다"며 "부디 한인사회 최대 현안인 STX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 주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