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진, 우리가 행복할때.캔버스에 혼합재료.100*100cm.2013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빨갛고, 노랗게, 무지개 빛 색깔이 흐르고 섞인다. 슬로우비디오처럼 느리고 천천히 움직이는 착시현상. 화산의 용암이 분출한듯 범람하는 색채는 이 세상을 모두 덮고 흘러가는 느낌이다.
오는 6월 4일부터 서울 강남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작가 권현진(34)은 "내 작품은 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상"이라고 했다.
"아주 어렸을때부터 보이지 않는 세상에 관심이 많았어요. 떠도는 공기라든지 바람, 사랑하고 슬퍼하는 감정들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죠."
"눈을 감자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작업전엔 두 눈을 꼭 감고 빛을 보면서 안구에 나타나는 색의 환영에 집중한다.
눈안에 떠돌고 흐르는 색들의 움직임을 캔버스에 잡아낸다. 아크릴의 다양한 색을 조합해 그 장면을 시각적 이미지로 그려내기 위해 꼬박 10시간 이상 캔버스에 머무른다. 물감과 컬러 잉크가 섞이고 마르면 바니시로 표면을 두껗게 칠한다.
수많은 색상들이 번진 화면은 색의 흐름을 넘어서 빛의 흐름까지 담아 용암의 현란한 화석같다.반짝이는 화면은 유리액자도 필요없을 정도다.
작가의 그림을 본 프랑스 철학박사 장 샤를르 장봉 전 파리8대학 조형미술대학교수는 "용암의 분출, 단단한 대리석, 용해되고 있는 지구의 표면의 움직임처럼 보여진다"며 "권현진의 그림은 색, 흐름, 선, 그늘,빛 등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노동과 몸을 혹사시키면서 탄생시킨 액체처럼 흐르는 평범하지 않는 소재와 기법은 다른 예술가와 차이를 만든다"고 작품평을 서문에 썼다.
권현진.바다는 꿈을 꾼다.2013 |
권현진 작가. |
이화여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미국 명문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유학한 작가는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했다. 움직이는 듯한 2차원 그림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3차원영상으로 작업을 넓힌 배경이다.
흐르고 섞이면서 움직이는 회화는 옛 명화와 섞여 현대와 과거가 비벼지며 하나로 융합되는 미디어아트로 진화했다.
지난해 자신의 그림과 연결한 미디어아트 클로드 모네의 '수련'은 국민은행 본점에 설치됐다.
'이게 무슨 그림일까, 무슨 뜻일까?' 궁금하다면 작품 제목이 힌트다.
'진실속에 묻어나는 그 아픔', '내 작은 용기를 위해서' ,'바다는 꿈을 꾼다'등 순간적으로 느낀 감정을 시구처럼 붙인 작가는“기운생동하는 느낌과 시 한 편의 운율감을 화폭에 담아내려 애썼다”고 했다.
전시에는 회화 20여점과 영상 설치작품 2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6월16일까지. (02)549-3112
미디어 아트. 클로드 모네의 수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