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 |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모든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의 자세로 회사 정상화와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그동안 아껴뒀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지난 2일은 그룹 창립 12주년 기념일이었으나 생일 촛불을 끌 찰나의 여유도 없을 만큼 존폐의 기로에서 바쁜 시간을 보낸 강 회장이 오랜만에 임직원들에게 한 통의 글을 보낸 것이다.
"신록의 계절을 맞아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우리 그룹은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무거운 인사말로 시작한 강 회장은 "우리 그룹은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전 세계에 들이닥친 조선·해운 부문 장기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최근 주요 계열사가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게 됐다"며 "이는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회사 임직원의 고용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그동안 벌어진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강 회장은 "비록 외부 경영환경의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지금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에는 그룹 최고경영자인 저의 책임이 매우 크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다"며 "최고의 역량과 애사심을 바탕으로 STX그룹을 위해 노력해주신 임직원 여러분들의 상심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온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체결 이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STX그룹은 많은 직원들이 떠났고, 떠나려고 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자신의 반대로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을 만큼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강했던 강 회장으로서는 떠나는 직원들을 붙잡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강 회장은 남은 임직원들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자 제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포함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직 회사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저에게 요구되는 어떠한 희생과 어려움도 감수할 것"이라며 "채권단과의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그간 그룹의 발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한 임직원 여러분들의 고용 안정 및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과거 호황기의 경영론을 폐기하고, 오로지 '생존'만을 목표로 경영전략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산 매각과 자본 유치 노력도 신속하게 구체화해 그룹의 지속 발전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추가로 이뤄질 것임을 짐작케 한다.
강 회장은 임직원 및 그 가족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재차 사과하고 회사를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합쳐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실패의 나락에 빠지느냐,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더 강한 기업이 되느냐의 기로에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저를 포함한 우리 STX 모든 구성원의 몫"이라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다난흥방(多難興邦·어려움이 많을수록 서로 단결하고 분발해 부흥시킨다)'의 정신이 필요한 때다. 회사를 향한 우리 모두의 열정과 주인의식이 그 어떤 외부의 지원보다 강력한 위기극복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 회장은 글을 통해 자신이 세운 STX를 되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지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간 STX그룹은 채권단 결정에 따라 강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대거 교체될 수도 있으나 강 회장이 STX그룹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그룹 장악력도 강한 만큼 그의 경영권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