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엔저 피해 모니터링 강화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비해 금융권의 부실 증가나 자본 유출입 상황을 면밀히 살피라고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최 원장은 “아베노믹스로 대변되는 일본의 양적완화로 엔화 약세 기조가 더 강화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기업과 금융권 부실 증가 가능성, 자본 유출입 변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 지원 등 취약부문을 점검하고, 선제적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엔 캐리 자금(상대적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엔화 자금)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엔저 장기화로 엔 캐리 자금의 국내 유입 가능성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엔저 현상이 국내 금융 시장에 문제가 되고 있진 않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이다.
금융당국은 엔 캐리 자금이 국내에 대거 유입될 경우 자산 거품 형성, 은행 대출 증가 및 기업 부채비율 상승 등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수은-신ㆍ기보, 수출기업 지원 확대
금융 공기업들은 엔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 지원에 본격 나섰다. 수출입은행은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자 수출 중소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했다.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수은은 수출 중소기업에 8조6263억원을 지원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3% 증가한 규모다.
아울러 수은은 수출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출통화를 다른 통화로 무료로 전환할 수 있는 통화전환옵션부대출의 전환옵션을 1회에서 2회로 확대했다. 13일 현재 통화전환옵션부대출 실적은 2778억원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달 초 ‘엔저 피해기업 특례보증’을 실시한 데 이어 추가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구상 중이다. 지난달 9일 신보는 엔저 피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기존 보증료보다 금리를 0.2%포인트 깎아주는 특례보증을 실시한 바 있다.
신보는 올해 수출기업에 8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지난달 말까지 지원 실적은 2조6278억원이다. 신보 관계자는 “엔저 현상이 장기화됨에 따라 추가 지원 방안도 논의 중”이라며 “시장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보증기금 역시 지난달 엔저 특례보증을 실시하면서 벤처이노비즈기업에 대해선 0.2%포인트, 신청건이 ‘맞춤형 창업성장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경우 최대 0.3%포인트 보증료를 감면했다.
◆ 은행권, 수출기업에 환헤지 서비스 지원
은행권은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환헤지를 돕기 위해 컨설팅을 실시하거나, 엔화대출의 원화 전환 서비스를 마련했다. 우리은행은 통화전환옵션권이 없어 원화대출로 바꾸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의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간단한 신청서와 약정서만으로도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최고 50%의 환율 우대, 대출금리 1%포인트 우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과 더불어 외환·세무·법률 분야의 종합적인 기업진단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지난 1월 출시된 이 서비스는 10일 현재 총 27건에 110억1000만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외환은행은 중소기업의 환위험 관리와 함께 경쟁력 강화와 해외진출까지 지원하는 ‘중소기업 글로벌 자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 설립된 이 센터에는 약 한 달 사이 자문서비스 신청 100건 이상이 접수됐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환리스크 관리 솔루션인 헤지마스터를 이용한 환위험 관리 컨설팅이 전체 자문신청 접수 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신한, 농협은행 등도 중소·중견기업의 환위험을 관리하는 컨설팅 및 현장방문 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