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조선업계에서 플랜트 설계인력 쟁탈전은 더 심해지고 있어요. 솔직히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데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B사 대리·업계 경력 5년)
국내 조선업계 빅3가 엔지니어링(설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조선업계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해양 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설계 기술력 및 인력 확보에 실패할 경우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조선사라는 타이틀을 머지않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조선업은 시공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설계 부문의 기술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에 설계비로만 많게는 10% 가까이 떼이고 있다.
이들 글로벌 설계 업체가 진행하는 기본설계 단계는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분야로 꼽히지만 아직 국내 조선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은 열악하다.
국내 조선업체가 설계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불황을 이겨낼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이 해양 플랜트 및 선박 등의 설계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수송동에 해양엔지니어링 센터를 개소한 현대중공업은 현재 55명인 인력을 내년까지 3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엔지니어링 기술력 강화의 일환으로 현재 계동 사옥에 입주해 있는 500여명 규모의 플랜트 엔지니어링 센터도 수송동의 해양엔지니어링 센터와 합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별도로 현대중공업은 현재 울산 조선소에 선박부문 등 800여명의 설계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1년 말 선박부문과 해양부문의 설계기능을 통합해 전체 2700여명 정도의 설계인력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설계인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강서구 마곡지구에 대규모 연구센터를 설립해 설계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과 거제 옥포 조선소 등에 흩어져 있는 전체 2000여명 정도의 설계인력을 새로 짓는 연구센터에로 집중시켜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빅3 조선업체들은 글로벌 해양 플랜트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휴스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인력을 채용하는 등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휴스턴 현지인력을 통해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고, 국내에서 미리 육성해 놓은 엔지니어링 인력을 연계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라며 “국내 조선업계 빅3의 엔지니어링 인력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