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獨'핫체칸츠'서 작품집 출판한 유현미의 '코스모스'

2013-05-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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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일우사진상 수상 기념전..'조각+회화+사진' 초현실적 공간 눈길<br/>대한항공 1층 일우스페이스에서 7월3일까지 신작 20점 전시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일상적인 풍경인데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가까이 다가서면 실제 사물을 마주한 듯한 착각에 흠짓 놀란다.
분명 그림인것 같은데,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영화 '매트릭스'를 보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베를린 사진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인 마티아스 하더도 그랬나보다. 그는 "그의 작품 이미지는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 혹은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장면들이나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무게가 없는 듯한 기묘한 물체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최근 세계적인 아트북 전문 출판사 독일 핫체칸츠(Hatje Cantz)가 출간한 유현미의 작품집 'COSMOS'에 서문을 쓴 하더 큐레이터는 "그의 작품에서 나타난 모든 오브제들은 마치 꿈 속에있는 것처럼 등장하고, 동시에 상상과 실재는 서로에게 스며들어 하나가 된다”고 평했다.

장르간 융복합 시대, 작가 유현미(48)의 작품은 이미 고정관념과 틀을 깨고 나왔다.
그림 같아보이지만 그림이 아니다. '사진+조각+회화'가 융합됐다. 크게는 사진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어느 한 장르로 구분하기에는 애매하다.
유현미가 일우스페이스에 걸린 자신의 신작 카오스앞에서 포즈를 취했다./사진=일우스페이스 제공.

◆세계적 미술가만 허락한다는 '핫체칸츠'에서 작품집 출간
지난해 일우재단 '제 3회 일우사진상' 출판 부문에 선정된 후 '핫체칸츠'에서 단독 작품집을 낸 유현미가 출판 기념전을 열고있다.

대한항공 서소문빌딩 1층 로비에 위치한 일우스페이스에서 9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출간된 책 타이틀과 같은 2013년 신작 'COSMOS'시리즈 20여점을 선보인다.

9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2008년 리버플비엔날레에 참여하면서 유럽에서 활동하던 천경우 작가가 핫체칸츠에서 도록이 나와 박수치고 좋아했었다"며 "핫체칸츠에서의 출간은 작가에겐 무엇보다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는 건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았다는 것. 독일 핫체칸츠 출판사는 '돈으로도 살수 없는' '세계적인 미술 작가에만 허락된다'는 60년 넘게 미술전문 출판사로서의 권위를 자랑한다. 고대 미술에서부터 20세기 미술, 현대미술 및 사진, 건축, 디자인을 아우르는 뉴 미디어 분야에서 예술출판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출판사다. 미주 유럽과 아시아등 전 세계 곳곳에 구축된 유통망을 통해 작가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다.

일우사진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수진 교수(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는 “책은 작품이상이 된다"며 "핫체칸츠 출판은 예술가로서 작품세계를 진지하게 접근할수 있게하는 통로로 유현미가 국제적인 작가로 데뷔하는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환기시키는 작품
전시 타이틀은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 '우주'는 과학적 접근이 아니다. 우주에서 보면 사람은 '먼지같은 존재'. "생각하면 허망하지만 불경에 사람이 우주다"라는 말이 있듯 "이번 작품은 작업실을 소우주로 여기고 제작했다".

테이블, 공, 젤리빈 캔바스, 거울파편, 돌 등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일상적인 사물들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작품은 (결론적으로)사진이지만 수백번의 붓질도 더해져 노동집약적이다. 제작과정은 스토리텔링을 지렛대로 사진과 붓질을 이용한 '창조 경제'다.

전시주제인 코스모스에 맞게 영화감독처럼 시나리오부터 구성 촬영 편집까지 전 과정을 진행한다. 실내에서 연출된 장면들은 마치 인공적인 빛으로 어둠에서 형상을 끌어내듯 다시 2차원적인 붓질로 3차원(공간)을 재가공한다.

미묘한 긴장감과 팽창감이 일렁이는 작품은 사물의 표면에 색을 칠하고 명암과 그림자까지 그려넣고 다시 그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한 것. 뽀샵처리를 하는 것도 있지만 촬영이후 디지털 후보정은 거의 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사진 설치 영상 단편영화까지 넘나든 작가의 관심이 한데 뭉친 결과다.

"일상적인 것이 다른 모습으로 있을때 비현실적이고 현실적인, 3차원적이면서 2차원이며 4차원의 시간성을 느낄 수 있게 연출했어요."

작가는 "너무 그림같지 않게, 너무 사진같지 않게 담아내려고 신경쓴다"고 했다.

'조각(사물) 회화 사진'이 섞인 3종배합의 정물화는 '반인반수'처럼 기묘하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구겨진 A4용지는 새처럼 보이고, 축구공과 농구공은 통통통 튈 것만 같다. 깨진 꽃병조각은 실제처럼 생동감있다. 파편은 “빅뱅으로 보면 된다”는게 작가의 설명이다.
또 14분짜리 '깨진 거울'동영상은 거대한 전시장 벽면에 투사되어 모래시계의 노란모래가 모두 흘러내리기까지 느릿느릿한 장면이 이어진다. 마치 그림처럼 보이는 영상은 정적인 움직임을 통해 영원한 시간을 보여준다.

지난해 일우사진상 심사때 만장일치로 선정된 유현미의 작품은 "리얼리티와 환상의 사이에서 부딪치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시간을 응축한 한편의 시와 같은 작품”이라고 평가받았다.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교수(연세대학교)는 "회화 사진 조각이 완전히 균형잡힌 유현미의 작품은 개인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이 높이 평가됐다"며 "유현미는 르네 마그리트가 오브제들을 선택하고 배열하는 방법과 조르조 데 키리코가 빛을 다루는 방법, 에드워드 호퍼가 일상을 의미 있게 다루는 방법 등을 연구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상상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는 사진가"라고 설명했다.

사물을 우주적관점으로 바라보는 스토리텔링이 탁월한 작가는 14년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아트맵'과 '나무걷다'를 출간하기도했다. 작품을 하기전 스케치보다 먼저 글을 쓴다는 '문학을 품고 사는 미술가'다.

예술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작품은 미술시장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작업으로만 먹고살기 힘들었다"는 작가는 "세상에는 멋지고 높은 산들이 많지만 높은 산에는 반드시 그 산만큼의 깊고 어두운 계곡이 있음을"안다.

예술가 집안으로 설치미술가 김범이 남편으로 시인 김남조,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작고한 김세중(1928~1986)조각가가 시아버지다. 그동안 뉴욕 싱가폴 이태리등 국내외에서 15차례 개인전과 130여회 그룹전에 참여했다. 전시는 7월 3일까지.(02)753-6502

◆유현미=1987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1992년 뉴욕대학 (NYU), 창작미술 전공, 대학원 졸업,1994년 뉴욕대학 (NYU), 창작미술 전공, A.P.C 졸업 (후석사)▲수상=일우사진상,모란미술상, 아모스 이노상 ▲작품소장=서울시립미술관,경기도 미술관,일민 미술관,금호 미술관,하나은행,아모레 퍼시픽,서울도시철도공사,매일유업,타워팰리스 3차,Tower Palace,포스.

◆일우사진상=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이 지난 2009년 제정했다. '일우'는 한진그룹 조양호회장의 호다.매년 2~3명의 경쟁력 있는 작가를 선정해 세계적인 작가로 육성하기 위해 작품 제작과 전시작업을 지원하고 있다.특히 출판 부문 수상자에게는 세계적인 아트북 전문 출판사인 독일 ‘핫체칸츠’에서 단독 작품집 출판 기회를 제공해 세계 미술계의 등용을 지원한다. 일우사진상은 연령구분없이 예술, 다큐멘터리 등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사진 매체를 활용해 제작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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