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을 올려 흡연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물가인상을 부추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담뱃값이 급격히 오를 경우 물가나 국민들에게 주는 부담이 커지는 만큼 담뱃값 물가연동제를 도입, 합리적인 범위에서 검토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물가상승분에 따른 담뱃값 인상의 현실성
담뱃값 인상이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른 데는 물가지표로 상징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담배는 물가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의 산정 항목에 포함돼 있어 물가 변동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담배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 비중은 481개 품목 가운데 20번째로 높고 저소득층의 구매 비율이 높아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부는 2009년 이런 이유로 담뱃값 인상 추진을 포기했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현재의 담뱃값을 2500원(국산 담배 기준)에서 4500원으로 올리는 효과를 지닌 지방세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는 큰 폭의 인상으로 흡연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꺼내든 담뱃값 물가연동제 도입으로 추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담배에 부과하는 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물가지수에 연동시켜 담뱃값의 급격한 인상을 피하면서 흡연율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담뱃값을 올리는 또 다른 이유는 새 정부의 복지 재원에 투입되는 세수 확보를 위해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경기불황에 어려운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세수 확보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담뱃값 인상시 금연효과는 '글쎄'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 담뱃값 상승폭이 10원 단위로 정해질 가능성이 있어 국민이 체감하는 가격 변화가 거의 없어 금연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장 첫해에는 지난 8년간의 물가 상승률을 한꺼번에 반영해 가격을 올린 뒤 매년 혹은 일정 기간 후에 담뱃값을 물가에 연동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2005~201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2~4.7%인 점을 감안하면 최초 인상분은 500~600원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2004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한 이후로 10년 가까이 오르지 않은 상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싸다.
반면 한국의 성인남성 흡연율은 44.3%로 OECD 국가 중 그리스(46.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건강증진재단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담배 가격이 2000원 인상될 경우, 추가 변동이 없다면 2020년에 성인남성 흡연율이 37.4%로 줄어든다.
1000원만 인상될 경우 2020년 성인남성 흡연율은 38.9%로 예상됐다. 실제로 2004년 말 담뱃값을 500원 인상한 이후 성인남성 흡연율은 2004년 57.8%에서 2006년 44.1%로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