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원 철수 계획은 틀어졌지만 최후의 7인이 개성공단에서 체류하며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남북 간 새로운 대화 물꼬를 틀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북의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우선 북한은 북측 근로자에게 미지급된 3월 임금인 720만 달러(약 80억원) 외에도 소득세, 통신료 등 800만 달러가량을 우리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난달 3일 개성공단 통행을 전면 차단함에 따라 우리 측 현금수송 차량이 못 들어갔다. 따라서 북한 측 근로자 5만3000여명은 평균 134달러 수준의 3월 임금을 받지 못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30일 미수금 처리에 대해 "여러 실무적인 부분에서 이견을 좁혀 전원이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미수금 문제를 마무리 못했다"면서 "북한이 요구한 대로 3월 임금을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 따질 건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속하게 마무리 짓고 (7인) 돌아오시는 걸로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으로부터 세부내역이 와야 하고, 우리 업체하고도 이야기하는 과정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원칙적으로 미지급된 임금은 개별 기업들이 납부해야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이 장기화해 식자재 부족 등 인도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먼저 대납한 후 구상권 청구 등의 방법도 검토 중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에 기업들의 완제품 반출과 개성공단 정상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후의 7인이 변수될까?
남아 있는 인원은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을 포함한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직원 5명과 통신을 담당하는 KT 직원 2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7명은 마지막으로 협의를 하고 내려오는 것이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 짓고 내려올 것"이라면서도 "협의에 시간이 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30일) 내려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이들 7명은 협의를 마무리 짓고 동시에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개별적인 귀환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협의과정에서 완제품 반출 외에도 개성공단 정상화를 요구한 것은 결국 남북 모두 잔류하는 7인을 빌미로 공단 재개를 위한 메시지를 촉구할수 있게 됐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따라서 체류 중인 7인이 북한과의 대화채널로서 남북 간 새로운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열어줄 지 희망 섞인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체류 결정으로 완전 단절이 예정됐던 남북출입사무소(CIQ)와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연결하는 연락망 1개 회선도 다시 연결됐다.
따라서 체류 인원들과 북한이 미지급금 정산 문제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도 지금까지 개성공단의 전면 폐쇄를 언급하지 않았고, 한·미 독수리연습도 끝나는 시점(30일)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데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저런 생각 모두 예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