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재임하던 섬마을 학교 전교생을 초청해 도시 나들이를 시켜준 교장선생님이 있어 주위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순천풍덕초등학교 류중호 교장(61).
류 교장은 완도 금일동초등학교 전교생 40여명을 현재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순천으로 초청해 지난 22∼23일 이틀동안 함께 보냈다.
금일동초교 학생들은 류 교장의 배려로 순천풍덕초교 학생들과 각 학년별로 짝을 이뤄 함께 학습하고, 점심을 먹고, 산책하고, 운동하면서 시간가는줄 몰랐다.
또 도시와 농촌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시내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정원박람회장을 찾아 체험학습도 실시했다.
특히 류 교장을 기억하는 4∼6학년 어린이들은 3년전 섬 학교에서 함께 보냈던 추억들을 꺼내며 아기자기한 정담을 나누기도 하고, 흰 머리카락이 부쩍 늘어난 교장 할아버지에게 재롱을 피우기도 했다.
류 교장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한 것은 자신이 지난 2007년 3월부터 2010년 2월 말까지 무려 3년동안이나 금일동초 교장으로 재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교통편이 나아졌지만 처음 발령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완도에서 반나절 이상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금일도는 그에게 많은 추억들이 서려 있다.
낯선 섬마을 학교로 처음 들어갔을 당시엔 두려움도 있었으나 정이 많은 섬사람들에게 이끌려 만기를 꼬박 채웠다. 통상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교장들은 1∼2년이면 모두 도시권 학교로 자리를 옮기지만 류 교장은 교육청의 권유에도 이를 사양했다.
만기가 돼 부득이 학교를 떠나오면서도 류 교장은 학생들을 잊지 못해 ‘육지로 나가 자리를 잡게 되면 꼭 한 번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남겼으며, 마침내 그 약속을 지키게 된 것이다.
류 교장의 사연을 접한 풍덕초 교직원들과 운영위원회, 전교어린이회, 학부모회 등도 이번 자리를 마련하는데 힘을 보탰다.
풍덕초 학생들은 섬마을 친구들을 위해 강당에서 환영식을 베풀었으며, 교사들은 금일동초의 교장을 비롯해 전 교직원들을 이날 함께 초청해 서로 정담을 나누고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며 전남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또 홈스테이(homestay)를 자청한 학부모들은 금일동초 어린이들과 별도로 결연을 맺고 집으로 데려가 친교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을 인솔하고 순천을 다녀온 금일동초 김경미 교장은 “류 교장선생님의 배려로 형식적인 도ㆍ농교류가 아닌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꿈을 심어주고 사랑을 나누는 기회를 줄 수 있었다”며 “두 학교 어린이들이 계속 교류하며 두고두고 우정을 쌓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