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국민 섬긴 고(故) 정옥성 경감의 경찰정신

2013-04-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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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환 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정치학박사

<지영환 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정치학박사>
고(故) 정옥성 경감은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옳은 도리를 행한 경찰관이다. 그는 지난 3월 1일 23시 24분경에 강화군 외포리선착장 앞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살기도자 김모(45) 씨의 생명을 구출하기 위해 0.1초도 망설임 없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는 150m 가량 걷고 헤엄쳐 구조하다가 거센 물살에 휩쓸리면서 실종돼 순찰차 블랙박스에 녹화된 그 영상이 공개됐다.

김씨는 자살을 말리는 정옥성 경감을 뿌리치고 선착장 아래 바다에 빠졌다. 두 사람 사이의 1m가량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목까지 차오르는 바다에서 정 경감은 다시 김씨 쪽으로 걸어가 헤엄치며 손을 뻗어 구조하려다 파도에 휩쓸렸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및 사회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다. 국민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하는 건 이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가슴 깊이 지키는 경찰정신이 요즘처럼 중요한 시절이 있을까.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경비·요인경호 및 대간첩작전수행,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교통의 단속과 위해의 방지,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로 규정하고 있다.

정 경감의 행동은 단순히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준수하는 행위가 아니다. 경찰 제복이라는 책임감이 그러한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제복을 입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생각하기 쉽지 않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마약사범 검거를 위해 달리는 차에 매달린 다이하드 경찰관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차량에 굴하지 않고 범인 검거를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부상을 입은 경찰관도 있다.

경찰이 국민에게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반성함과 동시에 진실로 사과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경찰의 임무는 신중해야 한다. 언어사용을 공손하게 해야 하고, 친근성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지역주민 참여와 공개행정을 중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경찰은 업무수행 중에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항시 염두해 두어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아픈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성숙한 경찰이 되어야 한다. 경찰에 입문하는 순경 교육과정에서부터‘수사와 인권’의 문제를 몸에 익히고 이해하는‘인권경찰상’을 스스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경찰은 불의에 흔들리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게 힘이 되며 억울한 이웃이 의지할 수 있는 가족 같은 심정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것이다. 한국 경찰역사에 있어서 타(他)의 모범이 될 만한 경찰을 찾아 그의 행적과 정신을 기리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차일혁 경무관은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광복 후 귀국해 일본 고등계 형사 사이가 시치로를 응징했고, 한국전쟁 중에는 전투경찰 75명으로 2500여명의 빨치산을 물리쳐 칠보 발전소를 사수하는 등 혁혁한 토벌전과를 올렸다. 제2연대 연대장으로 근무하며 남부군 총사령관인 이현상을 사살, 토벌작전을 사실상 종료했다. 전쟁 이후 1954년 충주경찰서장으로 발령을 받은 그는 충주직업소년학원을 설립하여 중학교 진학을 못하는 불우청소년들에게 학업기회를 제공하였다. 이처럼 올바른 경찰정신을 계승하였을 때 그 목표는 선명해 진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경찰에 대해 잘못을 준엄하게 꾸짖으면서도 신뢰해 주면 좋겠다. 앞에서 열거되지 않은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으로 기본업무에 충실하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많은 경찰관들이 있다. 2000년대 전 세계 독자들을 열광시켰던 켄 블랜차드 책『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범고래가 수면에서 3m나 뛰어오르는 묘기를 보여주는 비밀이 조련사의 ‘칭찬’ 한마디에 위대한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반성케 했다.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기는‘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비단 고래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아울러 치안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치안은 사회적 자본에 해당하며, 범죄예방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사후 복구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경제적 통계가 있듯이 치안은 국민행복시대의 시금석이면서 가장 기초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사건 당일 정 경감은 근무 중 중학교 1학년 딸에게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딸은 3·1절 휴일이 끝나가던 오후 10시 38분 ‘아빠~~~’라고 카카오톡 대화를 나눴다. 정 경감은 ‘왜 코맹맹이 소리 하이까’라고 답했다. 딸은 아빠에게 새우를 사달라고 졸랐다.‘나 새우 먹고 싶어~~♥ 나중에 새우 먹자~♥♥’그러나 정 경감은 ‘너 혼자서 드셔요’, ‘주무시겨’, ‘책이나 보시겨’라고 강화도 사투리로 답하며 허락하지 않았다. 딸은 결국 ‘할머니께 말할거야 새우먹자고…’고 한 뒤 ‘아…찡찡찡’이라며 투정을 부렸다. 딸과 정경감과 4분간 이어진 이 세상 마지막 대화가 끝난 시각이었다. 문자 교환이 끝난 후 당일 오후 11시 6분께 정 경감에게 ‘자살 의심자가 있으니 출동 바람’이라는 112 지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그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살신성인(殺身成仁) 의 표상이 된 고 정옥성 경감(46)의 영결식이 18일 인천경찰청장장(葬)으로 강화경찰서에서 엄숙히 진행되었다. 0.1초도 망설임 없이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든 정옥성 경감을 추모하며 그의 희생과 숭고한 경찰정신을 가슴 깊이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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