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으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공정거래법의 4월 국회 처리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법안은 사실상 오늘 처음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라며 "5·6월 중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듣는 시간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이로 미뤄볼 때 상반기 중 개정안 처리는 미지수다.
여야는 원칙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금지에는 공감대를 표시했지만 금지 범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부당내부거래 행위를 입증할 책임 주체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의견 차가 크다.
같은 당 소속 법안심사위원인 김용태 의원은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 기업측 입증 책임을 백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결국 청와대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회동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대기업을 옥죄고 때리고, 이런 것은 옳지 못하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무위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공정거래법이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등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정무위에서 다루는 경제민주화 핵심 법안 중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통과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하도급거래공정화법과 연대보증 채무감면 등 신용회복지원을 강화하는 신용보증기금법 등 일부만 4월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대선공약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반박, 당내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경제민주화가 '기업을 죽이고 경제를 악화시킨다'고 말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미리 선을 긋거나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부인하면 상임위의 자유로운 토론과 타협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는 사회적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으로 포퓰리즘이 아니다"라며 "경제민주화의 강도조절식 접근보다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