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출근 날, ‘삼성블로그’ 3살 생일잔치

2013-04-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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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영일선 복귀시기에 개설, ‘온라인 소통’ 창구<br/>반삼성 기조 희석 기여, 최근 분위기 다시 악화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37일 만에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에 출근한 지난 16일, 삼성그룹은 온라인에서 조촐한 자축연을 열였다.

이날은 삼성그룹이 기업 블로그(http://blog.samsung.com)를 개설한지 3년째 맞은 날이었다. 2010년 4월 16일 삼성그룹은 불특정 다수의 누리꾼들이 존재하고 있는 온라인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블로그를 만들었다.

이미 TV와 라디오, 신문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각종 캠페인을 전개하고, 사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한편 트위터를 통해 소비자들과의 접촉과 대화를 시도했던 삼성그룹은 기대만큼 접점이 좁혀지지 않자 새로운 대화창구로 블로그를 마련했던 것이다.

특히, 블로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 시기와 맞춰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2010년 3월 경영일선에 다시 나선 뒤 4월 21일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으로의 첫 출근 직전에 문을 연 블로그는, 소통경영을 강화함으로써 삼성이 사랑받는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의지의 상징이기도 하다.

삼성 블로그는 3살 생일을 자축해 이날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소개한 글을 올렸다. 지난 3년간 블로그 누적 방문자 수는 2010년 341만1114명 → 2011년 770만1936명 → 2012년 1412만784명에 이어 올 4월 현재 1580만7446명으로 집계 됐다. 국내 총인구(4900만명) 3.3명중 1명, 인터넷 이용자(3000만명) 2명 중 1명이 삼성 블로그를 방문한 것이다. 이 기간 누리꾼들에게 전달한 삼성 이야기는 총 3263개로, 하루 2~3개씩 콘텐츠를 제공했다.

블로그를 통해 가장 많이 사랑받은 캠페인으로는 △열정이 빛나는 네티즌 금메달(2012 런던올림픽) △평창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책 나눔 캠페인 △열정락서 △재능 나눔 등이 꼽혔다.

‘삼성의 생각을 부드러운 형식에 담아내고 삼성 사람들이 살아가는 스토리를 중심으로’라는 컨셉으로 만들어낸 삼성 블로그는 그동안 삼성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보여줘 거리감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는 삼성 관련 루머 등에 대응하는 답변 창구로도 활용됐다. 또한 블로그를 통해 제기된 누리꾼들의 건전한 비판과 아이디어를 그룹 경영에 반영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그룹은 “‘진정성 있는 소통’을 추진한 결과 블로그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트위터와 블로그에 이어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온라인 세대와의 단절감을 상당 부분 극복해 낸 것은 긍정적인 성과다. 적어도 ‘삼성=차가운 조직’, ‘삼성=일류병에 빠진 기업’ 등 온라인 사회의 반(反)삼성 기류가 희석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분위기는 다시 악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정밀화학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산과 염산 유출사고 발생 후 일류기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미숙했던 사후처리 및 안전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오너 일가간 재산 상속 분쟁은 없는 자들의 내재된 불만을 증폭시켰다. 여기에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삼성을 견제하자는 분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고, 분위기가 퍼질수록 세계 각국 소비자들의 비판 또한 다양해지고 거세지고 있다. 자칫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삼성에 대한 이미지는 다시 밑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의도적으로 삼성타운 출근 날짜를 블로그 개설일에 맞췄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단순히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그로서는 새로운 먹거리, 즉 신사업 못지 않게 소통의 불안이 삼성그룹에 또 다른 위기요소가 될 것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삼성 생태계와 함께 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6월 신경영 구상 20주년을 맞는 이 회장이 곧 새로운 삼성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반 삼성 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소통경영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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