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의 한 국장이 기자에게 늘어놓은 푸념이다.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외부의 압박이 거세진 시기였다.
아닌 게 아니라 한은은 요 근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으로서는 진퇴양난이었다. 금리를 내리자니 독립성을 버리고 정부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 뻔하고, 동결하면 경제상황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올 판이었다.
결국 한은은 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총액한도대출을 늘려 정부의 의지에 부합하고 있다는 모양새를 취했다. 안전하게 가자는 결정이었다.
예상대로 현 경제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기업과 가계의 체감경기는 지표와 괴리가 있다. 아직까지 봄날은 멀었는데 한은이 너무 소극적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통화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한은이 진작 금리를 낮췄어야 했는데 실기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통화정책에 이어 이번에는 금값 폭락이 한은에 대한 비난여론을 키우고 있다. 비쌀 때만 사들여 손실이 커진 데 대해 금 매입에 있어서도 뒷북을 쳤다는 얘기다.
이에 한은은 반박자료를 내고 장기적으로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금을 사들이는 것으로 금값 변동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 매입 시기가 과연 적절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장기를 위해 단기적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는 설명이 불편한 이유다.
김중수 총재는 금융 안정으로 확대된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에 대해 종종 언급한다. 책무가 커진 만큼 국민들의 기대도 크다. 하지만 지금의 한은은 귀를 닫고 혼자 거꾸로만 가는 것 같아 아쉽다. 이대로라면 한은은 '절간'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