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은은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올해 들어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입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어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둔화를 보완해줄 것으로 예상되나, 엔화 약세 지속 가능성에 대비해 엔화가치 변동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올해 상반기 중에는 엔화약세 흐름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특히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과 수익성 등이 취약한 수출중소기업은 대응여력이 부족한 데다 적극적인 환 위험관리도 부족해 직접적인 충격이 우려된다”면서 “정부 및 금융기관 차원의 지원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은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이후 엔화약세를 제약하던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및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의 완화와 함께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지속, 적극적인 양적완화정책 기대 등으로 빠르게 상승(엔화 약세)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중 원·엔 평균 환율은 지난해 9월과 견줘 19% 하락했다. 이는 세계시장에서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을 불러온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1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엔화가 약세를 보였을 때에도 우리 기업의 수출가격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진 바 있었다. 당시 원·엔 환율은 32%가 하락했다.
다만 한은은 “최근 환율-수출가격 간 관계가 한·일 양국 모두 약화돼 엔화 약세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과거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시장에서의 경쟁 격화로 기업들의 수출가격 결정력이 약화된 데다 중간재 교역과 해외생산이 증가하는 등 글로벌 생산체계가 확산되고 기업들의 환위험 관리도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수출시장이 다변화되고, 주력 수출품목의 품질·브랜드 인지도 등 비가격경쟁력도 제고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물량과 수출가격 간 관계도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은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로 일본으로부터 자본재와 원자재 수입이 늘어날 소지가 있다”면서 “다만 주요 품목의 대일수입이 장기계약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격보다는 우리나라의 수출 경기, 설비투자 등에 더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비투자용 자본재 등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은은 엔화 약세의 영향에 따른 업종별 타격은 대부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세계시장에서의 실질적인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와 기계류는 영업환경이 악화되겠지만, 자동차의 경우 양국의 해외생산 확대 등으로 환율변동에 따른 가격경쟁 자체가 과거보다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