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양적완화로 인해 내수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과 일본은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이달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계기로 엔화 약세와 관련한 구체적인 금융완화 방안을 내놓는다.
최근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공격적인 발언을 고려할 때 이달 금리와 관련된 새로운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 2년 내 물가 2% 상승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양적·질적으로 대담한 금융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역시 부동산이 완연한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다른 경제지표까지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이 조기 출구전략 대신 당분간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경기회복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세계 경제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28일 발간한 주요 7개국(G7)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미국과 일본 성장률을 각각 3.5%와 3.2%로 예상했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11월 예상한 1.5%에서 크게 상승했다.
보고서는 "일본은행은 연 2%의 물가상승 목표를 세웠고, 이에 따라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펴면서 엔화 실질가치가 하락하고 주가가 급등했다"며 "경제정책 방향을 바꿔 단기적 경기부양을 꾀하고 인플레이션 목표를 설정한 것은 반길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28일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세부적 추진과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유보했다. 이 가운데 금리인하와 글로벌 시장에 대응한 경기부양책은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빠졌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과 금리인하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논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글로벌 시장보다 내수 시장에 대한 경기부양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경우 환율을 위시한 양적완화가 효과를 거두면서 우리 경제도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춘 거시경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과 함께 거시경제 정책의 한 축을 이루는 금리인하에 대해 한국은행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추경과 금리인하로 경기부양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분기에 들어서며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가 금리와 환율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한은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 대목이다.
한국은행 역시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발 광공업 생산, 수출입, 설비투자 등의 글로벌 경기지표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와대와 정부에서는 1분기와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하반기에는 '한국형 재정절벽'이 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추경 편성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한은에서는 정부의 급박한 경기부양 정책 시도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저금리기조 장기화로 드러나는 버블 등 문제점을 강조하며 금리인하를 원하는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환율과 금리에 대해 현 부총리가 언급하게 되면 한은으로서는 금리인하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거시정책은 한은의 금리 결정과 추경이 통과된 이후에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