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이색펀드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물펀드’가 최근 수익률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성장 본격화로 수자원 인프라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2일까지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물펀드 수익률은 11.2%로 해외 주식형펀드 수익률 -0.18%를 11%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물펀드의 최근 1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16.67%, 35.84%로 장기성과 또한 우수하다.
개별펀드로는 규모가 가장 큰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Water증권자투자신탁 1[주식](Ci)’ 수익률이 연초 이후 12.28%로 가장 높다. 1년과 3년 수익률도 각각 18.06%, 38.51%를 기록했다.
이어 산은자산운용의 ‘산은S&P글로벌워터증권자투자신탁[주식]A’가 연초 이후 8.25%, 1년 13.99%의 양호한 수익률을 올렸다.
삼성자산운용 홍의석 펀드매니저는 “중국의 차기 정부가 내수 진작과 도시화를 주요 목표로 제시하면서 수자원 인프라 관련 부품업체와 수자원 공급업체가 펀드 수익률을 견인했다”며 “또 동남아의 수자원 공급업체도 인접국으로 진출하는 등 다양한 투자기회가 부각되면서 수익률 상승세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Water증권자투자신탁 1[주식]’는 배관제품, 소방설비, 위생재료 등을 판매하는 ‘CHINA LIANSU GROUP HOLDINGS’(7.9%)와 수처리 기업인 ‘BEIJING ENTERPRISES WATER GR’(7.1%) 등을 가장 많이 담고 있으며, 편입 종목의 57.8%가 수자원 및 물과 관련된 산업재다.
삼성증권 임수균 연구원은 “중국은 환경오염이나 부동산 버블과 같은 일부 사회 문제가 이미 경제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로 문제가 커져 버렸기 때문에 경제구조 개혁이 시급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환경 관련주를 비롯해 중국 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군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물 관련 산업에 특화된 상품인 물펀드는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투자 대안으로 삼을 만하다며 핵심펀드보다 위성펀드로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물 관련 산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측정하기가 어려워 투자판단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물펀드는 지난 2007년 4월 출시 2개월 만에 1조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으나 현재는 1000억원대 미만까지 쪼그라들어 투자자들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물펀드 설정 당시 삼성자산운용에서 초기 설정돼 인기를 끌자 한국투신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에서도 잇따라 유사 상품을 내놨으나 현재는 삼성자산운용과 산은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만 물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초기에 금융위기 여파로 물펀드 수익률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홍콩법인에서 물펀드를 직접 운용하면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펀드를 정리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