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이대로 무너질 경우 롯데관광개발뿐 아니라 다른 출자사들도 부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토지주이자 1대 주주인 코레일은 약 5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고, 나머지 민간 출자사들도 자본금을 모두 날리게 된다.
30개 출자사들이 시행사인 드림허브PFV에 출자한 자본금은 모두 1조원이다. 코레일이 2500억원, 롯데관광개발 1510억원, KB자산운용 1000억원, 삼성물산 64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490억원 등이다.
최대 주주인 코레일의 피해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코레일은 반환해야 하는 토지대금 3조원과 자산유동화증권(ABS) 지급보증 2조4363억원 등 총 5조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선매입한 랜드마크빌딩의 1차 계약금 4161억원도 날릴 처지다. 지난해 쌓아놓은 대손충당금 2조7000억원을 반영해도 총자본금 8조원 중 2조5000억원이 잠식될 위기에 놓였다.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회사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한 롯데관광개발은 2012년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아 주식거래 정지와 함께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됐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아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롯데관광개발은 드림허브에 대한 투자금 1510억원을 비유동자산 중 매도 가능 금융자산에 반영해놓고 있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롯데관광개발의 매도 가능 금융자산은 총 1786억원. 매도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반영해놓은 것의 90%가량이 드림허브 투자 지분인 셈이다. 이밖에 226억5000만원 규모의 드림허브 전환사채(CB)를 보유 중이다.
더구나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이달 중 255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256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각각 도래한다. 오는 5월에 180억원, 내년 말까지 392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파산하면 롯데관광개발은 투자 손실로 자본잠식이 불가피해져 회사 존립까지 위태로울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와 자본금 총액이 각각 1314억원과 50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58.7%다. 또 롯데관광개발 지분의 52.83%를 보유 중인 김기병 회장 일가의 주식 중 상당수가 은행 대출을 위한 담보로 잡혀 있어 김 회장의 경영권까지 장담할 수 없다. 나아가 동화투자개발과 동화면세점 등 롯데관광개발의 계열사 또는 특수관계회사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용산 쇼크'의 파장은 공공기관과 금융권, 건설업계에까지 막대한 손실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출자한 펀드로 용산 개발사업에 투자한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2009년 각각 1000억원과 25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고스란히 날릴 판이다. 또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490억원을 자본금으로 투자했다.
금융권에서도 푸르덴셜부동산투자(770억원)·삼성생명(300억원)·우리은행(200억원) 등에 2365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
건설사들은 초고층 빌딩과 호텔, 고급 아파트 등의 시공권과 함께 투자금도 모두 날릴 판이다. 드림허브에 투자한 자본금만 삼성물산이 640억원, GS건설·현대산업개발·금호건설이 각각 2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