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수장 모두 임기가 1년 가량 남았지만 김 전 금융위원장은 “새 정부에 짐이 되기 싫다”는 말로, 권 전 금감원장은 “후배를 위하는 마음”이라는 소회로 담담하게 물러났다.
과거 일부 수장의 물러날 때 용퇴로 미화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여론의 해고인 경우도 있었다. 또 수장의 임기 채우기는 재임 기간 과오를 끝까지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로도 읽혔지만, 자리 지키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도 뒤따른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다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며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는 명분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이들에게 주어졌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의 의미도 되새길 수 있었다.
지난 15일 열린 이임식에서 권 전 원장은“지난 2년간 얼음 언 강위를 걷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으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의 모습을 지켜본 당시 이임식에 참석한 한 여직원은 “나도 왠지 모를 눈물이 난다”고 했다. 2년간 함께 일한 직원이 흘린 눈물보다 더 값진 선물은 없을 것이다.
그 눈물의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물러날 때를 스스로 결정하고 돌아서는 권 전 원장에 대한 측은지심도 있었을 것이다. 조직원에게 인정받은 수장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단, '완전한 용퇴'가 되기 위해선 후임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우스푸어 대책 마련, 중소기업 및 서민 금융 활성화, 금융그룹 민영화 추진, 부실기업 정리 등 해결해야 할 금융권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새 정부에서 두 기관장의 용퇴가 남은 숙제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더 역량 있는 후배들을 믿고 맡기는 것으로 평가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