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는 영국의 유명 화학회사 ICI에도 감열지를 공급하기 시작하며 조씨의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2002년 ICI가 감열지 주문량을 6배 가량 늘리자 조씨 명의로 SKC가 ICI에게 공급자 변경을 통보하고 직거래를 시작한 것.
하루 아침에 거래선을 잃게 된 조씨는 SKC에 반발했다.
이후 SKC는 직거래로 거래 방식을 바꾸겠다고 조씨를 설득했다.
SKC는 2년동안 직거래 판매대금의 1.7%를 수수료로 지급하겠다고 조씨에게 약속했다.
또한 영국을 제외한 전 세계 나머지 지역에 대한 감열지 독점판매권을 주겠다는 이면계약서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SKC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SKC는 미국 대만 독일 등을 상대로 계속 감열지를 수출했다.
오히려 조씨가 이면계약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만약 자사 직원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해도 내부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2004년에는 한 법률사무소에서 이면계약서 효력에 대한 유리한 의견을 들은 후에는 조씨와 일체 협상을 중단하고 계약서를 무시했다.
이에 조씨는 SKC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조씨는 1심에서 패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권택수)는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고법 재판부는 “계약서가 위조된 것이라면 즉시 조씨와의 거래를 끊고 조씨를 사문서위조죄로 고소하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나 SKC는 그렇지 않았다”며 “이면계약서가 작성인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어 “대기업 입장에서 중소기업의 거래처를 탈취하는 것은 상도의상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며 “영어를 모르는 조씨를 상대로 약정서를 영문으로 작성한 점 등을 종합할때 SKC 등은 조씨에게 2억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