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복무 제대군인으로 등록하려고 왔습니다.” 이 민원인이 건넨 전역증에 중령이라는 계급이 적혀있다. 그런데 목소리에 너무나도 힘이 없다. 소심해 보이기까지 하다.
아 저 예비역 장교가 20여 년 동안 수많은 훈련과 어려움을 이겨내며 장병들을 호령한 사람이 맞는 걸까. 아직은 젊은 나이에 세상으로 뛰쳐나와 느끼는 막막함과 두려움이 저 장교를 저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것일까.
북한의 전쟁위협으로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북한은 지금 핵개발 완료를 무기삼아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전면 파기하고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김정은 국방위원장 말 한마디면 남한을 초토화 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연일 떠들어대고 있다.
남한에서는 미군과 함께 정기훈련인 키 리졸브를 때맞추어 실시하고 있다.
′전쟁′이란 단어는 늘 공포로 다가오지만 든든히 나라를 지켜주고 있는 군인들, 그리고 북한의 무력도발을 심리적으로든 전력적으로든 억지하여 주는 미군이란 존재 덕분에 마음 한켠의 불안감을 떨쳐내고 오늘 하루를 보낸다.
남북한의 갈등으로 불안해질 때면 한 여자로서 또한 엄마로서 대한민국의 남자들에 대하여 새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지금 군인의 신분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의 전면에 위치한 저들의 마음고생을 내가 헤아릴 수나 있을까. 저들이 자의든 타의든 젊음을 불사르며 지켜주고 있는 이 대한민국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우리 대한민국의 국방은 절실하리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그 국방의 일선에 자랑스러운 우리 국군이 있다.
나에게 수줍게 전역증을 내민 예비역 장교는 20여 년간 본인의 임무를 너무나도 훌륭히 수행하여 그동안 내가 국가 위기의 걱정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준 고마운 분이다.
그 분의 어깨가 펴지고 목소리에 조금 힘이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 이에는 국가적인 지원과 이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수일 것이라 생각한다.
국가보훈처에서는 국토방위의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고 전역한 제대군인의 원활한 사회복귀 지원을 위해 복무기간별로 각종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취업을 위한 전직교육 및 직업훈련을 비롯하여 안정적인 취업기반을 위한 생활안정 지원 등이 그 내용이다. 물론 아직 국가보훈처의 지원만으로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이들이 오랜 동안의 군생활을 마치고 사회의 품으로 포근히 안겨 그 역량을 다시 쏟아낼 수 있도록 많은 제도들이 정착되어 가기를 바란다. 또한 그간의 수고에 전 국민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