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당연한 것이 박수 받는 세상"

2013-03-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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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얼마 전 한 남자 배우가 입대했다.

보통의 연예인들과 달리 같은 날 군대에 가는 사람들을 고려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입대해 누리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동안 연예인들이 수많은 팬들과 함께 떠들썩하게 입대하던 모습과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달리 생각하면 조용히 입대한 남자 배우의 행동은 당연한 모습이다. 오히려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군대로 요란을 떠는 것이 지적을 받아야 할 행동이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 박수를 받는 상황은 지금의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같은 문제는 국내 기업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행위를 마치 어마어마한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생색을 내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최근 하도급직원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 역시 이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대다수 유통업체들이 여성임원 선임, 육아휴직제 개선, 사내 보육원 설립, 임산부 탄력출근제 등 여성들이 일하기 편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일들이 마치 대단한 결정인 것마냥 경쟁적으로 자랑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편에서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비정규직 문제, 여성 근무환경 개선 등은 그동안 기업들이 당연히 해왔어야 할 일들이다. 자랑거리로 늘어놓을 만한 대단한 행동은 아니다.

기업들이 외치는 골목상권과의 상생도 마찬가지다. 최근에야 불황의 영향으로 주춤하지만 그동안 대형 유통업체들은 많은 혜택을 누리며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 왔다. 이익을 포기하면서 골목상권 살리기에 동참한다는 요즘의 주장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물론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한 발전이다. 기업들의 노력도 인정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기업들이 당연한 일들에 소홀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당연한 행동이 칭찬받는 게 아니라 '잘한 행동'에 아낌없이 박수를 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기업과 사회 모두 성숙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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