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금융투자협회가 방만경영에 대한 질타로 구조조정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호화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협은 박종수 회장 취임 첫해인 2012년 임직원을 40명 남짓 감원하면서 퇴직금으로 1인 평균 2억원 이상을 줬다. 반면 10대 증권사 가운데 인원을 가장 많이 줄인 한 금투협 회원사에서는 160명 가까이 회사를 떠나면서 1인당 4000만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감독원ㆍ한국거래소ㆍ증권업계에 따르면 금투협은 명예퇴직 실시로 임직원을 2011년 말 267명에서 2012년 말 221명으로 46명 감원하면서 1인당 2억900만원씩 모두 96억원을 퇴직금으로 지급했다.
금투협은 같은 기간 인건비 총액을 245억원에서 321억원으로 31.02%(76억원) 늘린 이유로 이번 퇴직금 증가를 들었다.
반면 금투협은 투자자와 회원사 이익을 위해 쓰도록 돼 있는 사업비를 거의 인건비 증가분만큼 줄였다.
사업비는 같은 기간 249억원에서 185억원으로 25.70%(64억원) 감소했다. 불필요한 섭외성 경비를 줄인 데 따른 것으로 금투협은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증시 침체로 시름하면서도 해마다 불어나는 협회비를 감당해 온 금투협 회원사에서는 수억원에 이르는 퇴직금이나 인건비 증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0대 증권사에 속한 미래에셋증권 직원 수를 보면 2011회계연도가 끝난 2012년 3월 말 2005명에서 같은 해 말 1848명으로 157명이 줄었다.
이 기간 지급된 퇴직금 70억원을 줄어든 인원 수로 나누면 회사를 떠나면서 1인당 받은 돈이 4000만원 남짓인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직원이 줄면서 퇴직금 지출이 발생한 반면 금투협처럼 인건비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미래에셋증권 인건비 총액은 2012년 4~12월 1598억원으로 전년 동기 1806억원보다 12% 가까이 줄었다.
삼성증권이나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여타 증권사 역시 증시 침체와 실적 악화 탓에 비슷한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 관계자는 "최근 2년에 걸쳐 연봉을 동결했다"며 "인건비 증가는 퇴직금 지급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A증권 관계자는 "증권사 살림이 정말 어려워졌다"며 "임직원 모두가 이를 알기 때문에 연봉을 깎아도, 정들었던 식구를 1년치 연봉에도 못 미치는 퇴직금으로 내보내도 회사 입장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발적인 퇴직자를 위한 목돈 마련 수단이 돼버린 금투협 명예퇴직을 구조조정으로 볼 수 있냐"며 "박 회장이 가진 의지만으로는 이미 수십년 방만경영에 몸이 밴 금투협을 개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