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백조의 호숫가 장면에서 백조들은 두팔이 모든 날개짓이 등뒤에서 이뤄지게 됩니다. 이렇게, … . 변형이 됩니다. …. 이 포즈는 백조들이 숨는 포즈입니다. 오데뜨 공주도 왕자를 처음 만났을때 날개밑에 숨게되죠. 오늘 공연을 보시면서 아름다운 백조들의 날개짓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
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객석에선 아하~하는 탄성이 이어졌다.
문 단장의 손끝 발끝에서 피어난 우아함은 '발레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백조들의 포즈를 설명하며 살짝 살짝보여주는 동작은 공연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1막. 흥이난 광대의 이끌림으로 시작된 왕자의 성인식. 화려한 의상, 환상적인 무대, 스프링처럼 통통튀는 백조들의 풍성한 춤들은 넋을 잃게 했다.
화려한 춤들이 이어지고 개성이 빛나는 '발끝의 예술' 기량을 보여줄때마다 박수갈채도 쏟아졌다. 백조 군무사이에 등장하는 손을 이어잡은'네마리 작은 백조'들은 웃음도 선사했다. (개그콘서트장면이 떠올랐기 때문.)
왕자에게 청혼하러온 각나라 공주들이 스페인, 헝가리 폴란드, 러시안 춤을 추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궁중 광대(제스터)의 익살스런 포즈도 눈길을 끈다.
평화로운 분위기가 지루해질즈음 '흑조 오딜'의 등장은 눈을 번쩍뜨이게 한다. 연속 32회전의 테크닉으로 왕자의 마음을 빼앗는 순간, 객석의 관객들도 그녀에게 매혹되고 만다. 객석에선 '브라보'가 울렸고 심장을 울리는 박수의 질은 달랐다.
백조의 호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면. |
'칼군무'는 백조의 호수의 또 다른 주인공. 마지막을 장식하는 호숫가 장면에서는 백조와 흑조 24명의 흑백이 대비되는 절정의 군무로 압도했다.
악마(로트바르트)의 날개달린 의상도 인상적이다. 입체적인 무대연출도 탁월했다. 왕자와 혈투를 벌이다 악마의 아지트로 돌아간후 벌겋게 불이나는 성은 연기에 휩싸이고 순간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은 무대를 실감나게했다.
백미는 마지막 무대. 오데트 공주를 지키다 죽은 왕자를 끌어안은 오데트, 백조의 슬픈 몸짓의 감정은 객석까지 전달된다. 팔을 뒤로 제치고 파닥이며 오열하는 백조의 모습에 처연해질 정도다.
"한국의 백조는 마술이었다. 발레리나들은 관객들의 넋을 홀렸다."라며 지난해 3월 남아공에서 공연후 쏟아진 찬사는 빈말이 아니었다.
8일 개막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3막 4장버전의 장장 3시간의 공연이지만 풍성한 춤의 성찬과 탄탄한 드라마로 지루할 틈이없다.
몸짓 발짓 손짓 완벽하게 연출한 백조들로 빙의한듯한 무대는 '백조 나라'를 보는 듯한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입소문때문일까. 토요일 일요일, 3회의 주말공연을 매진시키며 훨훨 날고 있다. '백조의 호수'는 유료판매율 75%를 기록하며 불황을 겪고 있는 요즘 공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소통하는 '관객 서비스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문 단장의 공연전 설명은 기본, 배우들이 직접 나와 사인회도 열고 있다. 고급문화로 멀게만 느껴졌던 발레가 가까이 다가오자 관객들로 '발레의 멋과 맛'을 알게됐다며 환호하고 있다.
총 6회 공연에 여섯커플의 주역 출연도 볼거리다. 10여년 동안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스타는 황혜민, 강예나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공연에는 신진 주역들이 대거 캐스팅 되면서‘새 얼굴’'새 몸짓'을 보는 맛이 생겼다.
화려한 테크닉이 강점인 이용정은 흑조와 백조 1인2역으로 실력을 자랑하고 해부학을 보는듯한 근육질 왕자 이동탁의 탱탱한 점프도 무대를 살렸다.
'날개'를 단 '백조의 호수' 마지막 공연은 한-중 백조들의 대결로 장식한다.
중국의 발레니나 팡 멩잉(백조 오데트), 이용정(흑조 오딜), 중국출신 발레리노 후앙젠(지그프리트)등이 열연이 들뜨게 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오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