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기업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반영돼서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과 해운 등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업종의 회사채는 크게 환영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년물 기준 'AA-'등급과 'A+'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금리 격차)는 현재 21 bp(1bp=0.01%포인트)로 지난 2011년이후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신용도가 높은 회사채 금리가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교적 낮은 등급의 회사채다.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영업실적과 재무구조가 양호한 A등급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채보다는 높은 수익을 주면서도 위급한 상황 발생시 그룹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안전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동부증권 박정호 연구원은 "요즘 크레딧채권(국채를 제외한 모든 채권) 투자자들은 금리가 높은 상품을 원하면서도, 신용위험 등에서는 벗어나고 싶어한다"며 "AA등급 회사채의 금리 매력이 약해지자 A등급 채권으로 눈높이를 낮춘 투자자들의 종목 찾기가 한창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생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말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집행이 마무리되면서 팔리지 않은 회사채 비율이 60%까지 상승했으나 올 들어 10%대로 떨어졌다.
만기가 5년 이상인 장기 회사채 발행도 늘고 있다. 박 연구원은 "AA등급 기업은 만기 5~7년 위주의 장기 회사채를 발행 중이고 A등급도 최근 5년물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더 높은 금리를 확보하기 위해 장기물 투자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등급 회사채는 부도가 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A등급 회사채 부도율은 0.62%인 것으로 집계됐다. AAA등급과 AA등급은 제로(0)%다. BBB등급은 1.78%로 A등급보다 3배 정도 높았다.
업종별로도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정보통신, 음식료, 유통 등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황이 나쁜 건설·해운·철강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연구원은 "기관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채권 투자를 늘리면서, A등급 캐피탈채와 회사채에 대한 선별적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다만 A등급 캐피탈사는 소액신용대출과 주택금융, 개인사업자 대출 등 가계부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자산이 절반 정도로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하면 카드사보다 먼저 건전성 저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