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정부 조직개편 협상 얼마나 걸렸나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역대 정권에서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진통은 반복돼 왔다.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면 대통령 취임식 전에 한발씩 양보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하지만 취임식 이후까지 내각 구성이 장기간 지연된 적은 없었다.

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때는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에 소요된 시간이 열흘이었고,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때는 13일 만에 국회에서 처리됐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출범 당시 김대중 정부의 정부조직을 대부분 이어 받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제출 한달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영삼 정부의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틀 전인 1993년 2월 23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김영삼 당선인은 동력자원부와 체육청소년부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민주당은 동력자원부 존치를 주장하며 대립했다. 민주당은 김대중 후보에 대한 ‘용공 음해’와 관련해 김 당선인 대신 민자당 김종필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고 국회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1월 26일 기획예산처와 중앙인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이 ‘권력 집중’을 이유로 반대하자 해당 내용을 뺀 채 1차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정부는 예정대로 출범했다.

노무현 정부는 여소야대의 상황으로 출범 초기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지 않았다. 그 대신 보건복지부의 보육서비스 기능을 여성부로, 기획예산처의 행정개혁 기능을 행정자치부로 이관하는 등 일부 기능만 조정해 여야 간 큰 충돌은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순차적으로 소방방재청, 방위사업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신설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월 16일 ‘작은 정부’를 목표로 18부 4처의 중앙행정조직을 13부 2처로 줄이는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고, 노 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까지 시사하는 등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원안 고수’라는 정면돌파를 택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으나 결국 협상 끝에 2월 20일 여야는 해양수산부는 원안대로 폐지하되,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여성부와 통일부는 살리기로 최종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