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개념미술가 김홍석의 좋은 노동 나쁜 미술 '개같은 형태'

2013-05-0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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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부터 삼성미술관 플라토서 개인전

현대무용가와 협업한 작품. 미스터 킴 2012. 125 x46 x177 cm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좋은 노동 나쁜 미술. 전시제목이다. 액면 그대로 읽자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맞는 말일수도 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화가나 작가가 아닌 작가를 지원하는 이들이다. '일하는 사람'은 미술품을 만들었지만 드러나지 않는다. 아무리 거창하고 근사하게 작품을 만들어도 '일한 사람 것이 아니다. 물론 작가에게 돈을 받고 지시하에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할말은 없다. 예술에 동참한 측면에서 보자면 정말 '좋은 노동'이고, 예술을 함께 했지만 작가만 빛나는 '나쁜 미술'이다.

그렇다면, 그 작품은 작가의 것일까? 아니면 작가의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다. 작가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미술관 플라토가 올해 첫 전시로 선택한 개념미술가 김홍석(47·상명대 공연영상미술학과 교수)이 이러한 양가적인 문제를 들고나왔다.

주연과 조연에 대한 이야기, 빛나는 미술가 뒤에 숨겨진 작업 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시다.

개념미술가 김홍석이 차용미술의 정수 팝아트의 이면을 뒤집는 전시를 7일부터 펼친다.

작가는 "미술가들이 작품에 들어간 많은 사람의 노력에 대해 어떤 윤리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차용이 전략이 되는 오늘날에도 '모방'은 오리지널의 기호를 훔치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간주될수 있다. 작가가 그렸느냐, 조수가 그렸는가는 늘 미술계의 불편한 진실로 문제시된다.

하지만 작가는 "이제 현대미술에서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할 영역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포함한 예술 형태"라고 말한다.

실제로 예전 미술가들은 한가지 재료, 한가지 주제로 천착했지만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현대 미술가들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미디어아트 작가라면 영상 기기를 잘 다루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거대한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에게는 재료를 운반하고 손질하는 데 일손이 필요하다. 다양한 장르 간 협업이 유행하는 최근의 현대미술에서는 미술품 한 점이 완성되기까지 두세 명부터 많게는 수십 명의 노력이 들어가기도 한다.

작가는 이 지점을 교묘히 파고들었다. 마르셀 뒤샹의 변기이후, 차용 미술의 정수가 된 팝아트의 관행을 꼬집는다.

이번 전시는 자신의 작업의 발생과정에 연관된 모든 사람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그 이면의 존재들이 주체가 됐다.

심지어 돈을 주고 걸레질을 시킨 화폭까지 전시장에 작품으로 나왔다. 이 뿐인가. 그의 작품을 비평한 평론가들을 찍어 영상작품으로 둔갑시켰다.

바야흐로 '국민행복시대'다. 작가는 '사람을 위한 미술'을 주장한다.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이들의 노력의 집약체인 미술품을 미술가 개인의 소유로 인식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묻는다.

개념미술작가로 알려진 작가는 '비엔날레 작가'로도 유명하다. 2003년 베니스, 2007년 광주, 2009년 후쿠오카 트리엔날레등 국내에 비엔날레 단골로 참여했다. 쓸모없는 사물을 아름다운 작품으로 변모시키는 그는 동시대성을 누구보다 첨예하게 드러내는 작가로 꼽힌다.

검정 비닐봉지를 브론즈로 뜬 개같은 형태가 플라토 외부공간에 설치됐다.

플라토 전시 처음으로 외부공간에 작가의 조각품도 설치됐다. 검정비닐에 담긴 쓰레기 더미로 오해할 수 있는 작품의 제목은 '개같은 형태'다. 언뜻 제프쿤스의 강아지가 생각나는 모습이다.

진짜와 가짜의 간극은 크다. 쓰레기였다면 찌푸리고 지나갈 '개같은 형태'는 주변 직장인들의 발길을 끌고 웃음까지 선사한다.

하찮은 검정 비닐봉지를 묶어놓은 듯 가볍게 보이지만 브론즈로 제작해 실제로는 무게가 600kg에 달한다.

전시장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벽에 기댄 사람, '미스터 김'을 시작으로 조각, 회화,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29점을 선보인다.

“미술 작품 한 점이 나오기까지 협력자들이 많이 필요한데도 정작 완성된 미술품은 미술가 개인에게만 부와 명성을 가져오죠."

아니러니한 상황이다. 미술 노동자를 위한 '평등과 윤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라는 이번 전시역시 여전히 작가(이름)만 부각된다.

"현대미술은 끝없는 질문이고 불가능한 대화"다. 오는 22일 오후 4시 좋은 비평 나쁜 비평 이상한 비평 강연 퍼포먼스가 열린다.

이 전시, 그냥 보면 추상화보다 더 어렵다. 설명을 들어야 작가의 의도를 눈치챌수 있다. (어쩌면 전시설명노동자인 도슨트는 이 전시를 완성하는 숨은 작품일수 있다.) 원할 경우 1:1 맞춤형 도슨트 서비스도 해준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 일반 3000원. 1577-7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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