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출신 사외이사, 내부견제 잘할까

2013-03-0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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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하 기자=주요 대기업의 내부 감시인인 사외이사 자리에 최근 장관급 등 고위공직자 출신의 '전관(前官)'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기업 옥죄기의 대명사격인 사정당국 출신들의 사외이사 영입이 예정돼 있어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사정당국 출신들의 영입은 경제민주화 실현에 따른 매서운 칼날을 피해갈 방패막이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그동안 학계 출신의 사외이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전례를 볼 때 오히려 전문성을 갖춘 내부 시스템 구축 등 사외이사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일리 있게 들리는 대목이다.

3일 정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GS, SK텔레콤은 각각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또 현대제철은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신세계는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영입할 예정이다.

검찰이나 국세청 출신 고위공직자들의 기업행은 오래된 관행이다. 아울러 기업 사외이사에 학계 출신인 교수들도 상당수 자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사외이사직은 회사의 직접적 경영자들과 달리 외부 전문가들을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하는 제도로,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다. 객관적으로 회사의 경영상태를 감독하고 조언하는 등 경영 감시활동의 의미로 통칭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기업들이 고위공직자나 교수 등에게 고액 연봉을 주면서까지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의도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가 지닌 인맥과 현직 공무원들과의 유착을 위해서다. 때문에 방패막이와 로비스트 등의 용어로 기업 사외이사직은 퇴색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권력기관 출신들은 선후배들간 전관예우가 잔존해 있어 청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권력기관 중 '경제검찰'로 위상이 높아진 공정위 고위관료 출신 또한 잇따라 대기업 사외이사로 영입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정부가 경제민주화 실현이라는 중대한 과제와 방향을 놓고 불공정 기업들을 향한 정부의 회초리가 예견되면서 잘나가는 공정위 출신 인사를 방패막이로 삼는 것 아니냐는 게 여론의 비판이다.

반면, 사외이사 자리를 놓고 무조건 매도하는 건 무리라는 관측도 있다. 공정위 고위관료 출신들이 잇따라 대기업 사외이사로 영입되는 것은 그동안의 관행과는 차별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바람직한 사외이사제도에는 현재까지 확실한 정답은 없으나 사외이사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는 공정거래법과 정책 등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

기업 내 공정거래 내부 시스템을 올바르게 구축할 수도 있다는 판단도 일부 작용한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데에 기업 스스로가 개선할 수 있는 내부 영역에 적임자라는 평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기관 중 다른 부처와 달리 공정위는 '별동대'라고 불릴 만큼 성격이 다르다. 그만큼 공정위 출신들은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는 권위와 자부심 또한 남다른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 후보들은 그동안 관행처럼 답습해온 관료 출신들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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