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도란도란> '통계의 함정'에 빠진 부동산시장

2013-02-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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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수영 기자=“전국적으로 집값 하락률은 크지 않은데, 왜들 부동산시장이 침체라며 난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만난 정부 고위 공무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시장이 침체 상황에서 좀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에게서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전국 아파트 가격은 약 4년간 고작 1% 밖에 내려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억원 짜리 집이라면 100만원, 10억원이면 1000만원 떨어진 정도라는 것이다.

통계로만 본다면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 지방 주택시장이 각종 개발 호재로 가격 상승률이 컸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9년부터 현재까지 지방 5대 광역시의 집값 상승률은 25.9%에 이른다. 이는 서울·수도권 집값 하락을 상쇄시킨 부분이 크다.

하지만 서울·수도권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서울 등 수도권은 여전히 주간단위로 0.02~0.06%씩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 1기 신도시와 버블세븐지역은 4년동안 21.4%, 17.86%씩 하락했다.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그동안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훨씬 많았다. 2000년대 중반 유동자금이 서울·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집중 투입됐다.

하지만 2~3년새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자본가치가 추락하고, 경제성장률도 저하됐다. 지방의 경우 집값도 올랐지만 전셋값은 더 올라 서민들의 체감 부담은 오히려 가중됐다.

단순히 통계상 나타나는 수치만으로 시장을 본다면 모두가 큰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동산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이유도, 실수요자들이 거래에 나서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시장의 지표로 활용되는 각종 주택 가격 통계의 착시현상이 부동산 대못 정책을 뽑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통계가 아닌 직접 피부에 와닿는 문제점들을 살피고 그에 맞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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