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의 개정안 처리가 불발됨에 따라 새 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도 자연스레 지연됐다.
국회 등에 따르면 인사청문회는 27일에 유정복 안전행정부·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첫 테이프를 끊고, 28일에는 서남수 교육부·윤병세 외교부·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증대에 오른다.
이어 다음달 4일 방하남 고용노동부·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6일에는 류길재 통일부·진영 보건복지부·서승환 국토교통부·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이 잡혀 있다.
그러나 경제부총리,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신설·개편되는 부처 장관의 인사청문회는 정부 조직이 개편되지 않아 청문회 날짜를 못잡은 상태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야권이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당초 다음달 6일로 잠정합의한 청문회 실시가 불투명해졌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 제출일로부터 20일 내에 인사청문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 15일 장관 후보자 청문요청서가 제출된 점을 감안할 때 다음달 6일까지 청문회가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여야 대치로 보고서 채택이 불발될 경우 박 당선인은 10일 뒤인 16일에야 장관 임명이 가능하다. 이는 청문회 일정이 확정된 12명의 장관 후보자에 한해서다.
신설 부처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이달 말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돼 인사청문회 요청안이 제출된다고 해도 검증이 끝나는 데까지는 20여일이 소요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미래부 장관 후보자 등의 청문요청안이 이달 말 제출된다고 해도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시기는 다음달 말께나 가능하다"며 “한 달 내내 신·구 정권이 한솥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에선 청문회가 취임식 뒤에 열리고 일부 후보자들이 낙마하는 바람에 내각 임명 절차는 2008년 3월 13일에 마무리됐다. 2월 27일 첫 국무회의는 노무현 정부의 한덕수 총리가 주재했고, 3월 3일 이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는 노무현 정부 각료가 4명이나 참석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취임식 이후 8일, 노무현 정부에선 취임식 이튿날까지 이전 정부 각료가 현직을 유지했다.
청와대도 이명박 정부 인사가 함께 일하는 동거체제가 한 달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실장·수석비서관급만 결정됐을 뿐 실무를 담당할 행정관 등 비서진 인선을 마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측에서 전 정부의 행정관들에게 한 달 정도 더 일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한 동거 정부는 곳곳에서 후유증을 낳고 있다. 국정의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국무회의는 보통 매주 화요일 오전에 정기적으로 열리지만 26일 회의는 취소됐다.
그럼에도 여야는 정부조직법 개정 처리 지연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만 벌이면서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당은 이날도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출범한 지금까지도 민주당은 자신들의 주장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며 "새 정부 출범에 대해 발목잡기를 제발 중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 협상의) 타협국면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에서 내린 지침은 원안 고수였다"며 "새누리당은 청와대 출장소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