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퇴임과 함께 어느 시인의 말을 인용해 남긴 인사말이다. 25일 김 전 위원장이 금융위를 떠났다. 임기를 약 10개월 남긴 시기에 새 정부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스스로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김 전 위원장은 "위원장에 취임한 2011년 1월은 우리 경제에 거대한 먹구름이 밀려드는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런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하고, 환부는 신속히 도려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취임 첫날 가계부채와 저축은행 문제, 외화 건전성 등에 대한 근원책 마련을 선언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금융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지난해 한국형 헤지펀드와 중소기업 전용 거래소인 코넥스 시장 출범 등이 대표적이다.
또 금융협력 네트워크를 개척하기 위해 아시아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터키·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몽골 등에서 '북방 금융협력 실크로드'를,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캄보디아 등에서는 '남방 금융협력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데 주력했다.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힘썼다. 김 전 위원장은 금융정책의 틀을 바꾸는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세계 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숙제도 남겼다. 그는 "정부가 소유한 지 10년이 지난 우리금융그룹의 주인을 속히 찾아줘야 한다"며 "우리금융 민영화가 국내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신성장 산업과 해외 프로젝트 수주는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가 되겠지만, 현재의 정책금융기관들은 이 분야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없다"며 "소관 부처의 이해를 떠나 국익 차원에서 정책금융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전 위원장은 금융위 직원들을 향해 "상당기간 대내외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냉철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을 정공법으로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미래는 준비하는자의 몫이란 것을 잊지 말고, 급변하는 미래에 도전적이고 창의적으로 맞서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을 시작해 △재정경제원 금융부동산실명제실시단 총괄반장 △재경부 증권제도과장 △금감위 법규총괄과장·감독정책과장·감독정책1국장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금융정보분석원장·차관보 △금감위 부위원장 △재정경제부 1차관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등을 역임했다.
금융위는 당분간 추경호 부위원장 체제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