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는 부담이 너무 커서 전셋집을 찾고 있는데, 너무 비싸 엄두도 못내겠어요. 전셋값 좀 내려주세요."(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직장인 이필수씨(38))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정상화 및 안정을 위해 규제 완화와 주거복지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값 하락·전셋값 상승세가 몇년째 이어지자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인 중산층과 전셋집을 구하기 힘들어진 서민층 모두가 심한 고통을 받고 있어서다.
건설업계도 집이 팔리지 않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많은 건설사들이 부도를 맞는 등 위기 상황에 처해 구제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는 시각, 재건축·재개발사업의 부작용만 경계하는 시선들을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주택 거래량을 늘리고 임대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자금 여력이 있는 중·상류층이 집을 사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은퇴자 등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사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세제 등 규제를 풀어줘야 전·월세난과 주택 거래시장 침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 및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 취득세 감면 방안 장기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또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짓는 공공주택이 그동안 너무 민간시장을 치고 들어와 합리적인 조절이 안 됐다"며 "보금자리주택의 임대주택 전환 비율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현재 국내 부동산시장은 단기적으로 규제를 풀어도 집값이 폭등할 수 없는 구조"라며 "새 정부는 규제 완화로 부동산시장 기능 회복과 유효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함 실장은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지표로 활용되는 주택가격통계의 착시현상이 각종 '대못 정책' 해소를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보유자들이 느끼는 가격 하락 체감과는 달리 통계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국 아파트값은 고작 1% 떨어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는 지방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이 수도권 집값 하락을 상쇄시켰기 때문이다. 이 기간 지방 5대 광역시 집값은 25.9% 뛰었다.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가 생겨난 것은 투자 수요가 집중됐던 수도권 1기 신도시와 버블세븐지역 집값 하락률이 원인이다. 2008년 이후 수도권 1기 신도시는 21.4%, 버블세븐지역은 17.86%씩 하락했다. 특히 분당(-25.71%)·일산신도시(-22.19%)와 용인시(-23.04%), 서울 강남구(-17.35%) 등은 입주물량 적체와 각종 정비사업 좌초로 침체 양상이 더 심각하다.
분양가 상한제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민간분양에 대한 상한제 적용은 아파트의 질적 저하를 부르고,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의 차별화를 막는다는 지적이 많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기획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건설사들이 무조건 분양가를 올릴 수 없는 구조"라며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아파트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차별화할 수 있도록 해야 주택사업으로 인한 경영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충렬 대한건설협회 기획조정실장은 "토목 등 건설산업을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들도 문제"라며 "주거복지 확대, 친환경 교통 전환 등도 모두 건설이 밑바탕이 되는 만큼 SOC(사회간접자본) 시설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저가낙찰 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품질보다 가격 위주로 낙찰자를 정하는 입·낙찰 방식이 건설사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