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히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주변지역 부동산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포함된 용산역 부근 철도정비창 부지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
용산역세권 대주주인 코레일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가 요청한 3073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위한 담보(반환확약서) 제공 안건을 거부했다.
용산역세권이 ABCP 발행에 실패하게 되면서 다음 달 300억원가량의 대출이자를 막을 방법은 2500억원 전환사채(CB) 발행밖에 없게 된다. 코레일은 CB 발행 시 나머지 29개 출자사가 1875억원을 분담한다는 조건 아래 625억원을 분담한다는 입장이지만 민간 출자사들의 형편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용산역세권의 운영자금은 약 9억원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해지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용산 일대 부동산시장이 또다시 휘청이고 있다.
21일 오후 서부이촌동 일대는 오래된 스티커와 전단지만 나뒹굴며 흉흉한 분위기였다. 중산아파트와 대림아파트 가운데에 위치한 성원아파트 앞 상가는 문구점과 미용실만 문을 열고 나머지는 모두 문을 닫았다.
문구점을 운영하던 김모씨(63)는 "젊을 때부터 여기서 문구점을 했는데 요즘처럼 돈 벌기 어려운 때도 없다"며 "성원·베네스트·대림아파트 등 주민들이 절반 이상이 빠져나가 버린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업지 내 해당 아파트는 물론 주변 지역 부동산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코레일 철도정비창이 있는 한강로 3가 등 용산구 일대에선 아파트 매도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용산구 도원동 H공인 관계자는 "주변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이 부쩍 많아졌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이촌동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이촌동 대림아파트는 용산역세권 통합개발계획 발표 전인 2006년과 80여건이 거래됐었다. 하지만 이후 2008년에는 5건, 2009년 1건, 2011년 1건 등 5년여간 7건에 그쳤다.
반면 용산구 일대 주택 경매 물건은 늘고 있다. 거래가 끊기면서 대출이자 등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아파트가 경매시장으로 속속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태인 통계 자료를 보면 2007년 경매시장에 나온 이촌동 아파트는 28건에서 지난해 113건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같은 기간 87.12%에서 66.83%로 하락했다.
한강로에 있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국제업무단지 자금조달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지만 사업규모가 워낙 커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 일대 부동산시장이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좌초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서울시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 국토해양위 전체회의에서 "용사역세권 개발사업이 부도나면 경제적 파장이 적지 않고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금 피해도 2조~3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 개입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개발사업이 무너지게 되면 전체 부동산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출자사들이 사업 실패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금 투입을 통해 사업을 재추진하거나 아니면 빠른 출구전략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