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김동수공정거래위원장이 서울 관악구 재래시장인 신원시장 둘러보며 한 상인과 웃음꽃을 나누고 있다. |
박근혜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 위원회 기관장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최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 위원장은 25일 공정거래 업무를 마지막으로 ‘경제검찰’ 수장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21일 청와대와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초 ‘새 정부에 부담 안 주겠다’며 사의 표명한 김동수 위원장이 청와대에 25일까지 사표 수리를 요청했다. 새로운 인사권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자리에 물러날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는 것.
하지만 아직 그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 남아있으나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소명을 내비쳐온 김 위원장이기에 소신 있는 행동으로 평가 받는다.
이후 공석인 공정위원장 자리는 새로운 인선 발표 시기까지 정재찬 현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공정위의 모든 관련 업무를 부위원장에게 인수인계한 상태다.
그는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지내고 MB정부 공정위 수장으로 발탁된 인물로 취임 초 물가 당국을 자처한 위원장의 별명은 ‘물가동수’였다.
그는 취임기간 동안 경제민주화 실현에 앞서간 인물로 평가 받는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대형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 문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답합 조사 △대·중소기업 동반성장대 △프랜차이즈 거래 제한 등 골목상권 살리기 △한국형 컨슈머리포트 제공 △대기업 내부거래 현황·지분도 공개 등의 민감한 사안을 밀어붙였다.
때문에 김동수 위원장은 관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부상했다. 선 굵은 경제부처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공정위가 이슈의 핵으로 급부상한 이유도 그의 공이다.
지난해에는 기업 담합과 불공정행위 등 위법 기업들에게 엄중 잣대를 들이대면서 공정위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2011년 공정위의 제재 건수는 3879건, 2012년에는 3411건의 사건을 처리하면서 지난해 기업들에게 징수한 과징금 규모만 9138억원 규모다. 이는 2011년 징수액인 3473억원의 2.6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그를 향한 지적도 적진 않았으며 ‘공정위 철퇴’라는 용어와 ‘기업 옥죄기’ 표현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기업들이 철퇴를 맞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사건 건수에 비해 과징금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때때로 특정 기업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럴 때마다 김 위원장은 뚝심과 리더십은 뛰어났다. ‘나무만을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논리’라는 말로 직원들을 설득했고 공정위 직원들은 역대 어느 위원장보다 그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냈다.
한 고위 공무원은 “김 위원장은 자리에 연연하는 다른 기관장들과는 다르게 소신 있는 행동으로 높게 평가 받는 인물”이라며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소비자권익강화 두 축을 중점으로 생산자·소비자 간의 따뜻한 균형추 역할을 잘 소화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김 위원장과 오찬에 동석했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김동수 위원장이 남은 1년의 임기를 채울 것으로 점치긴 했지만 오는 25일 공정위 업무를 마지막으로 3개월간 등산과 일상에 묻혀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며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인용한 공직자의 자세를 깊이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과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청와대에 사표를 내고 수리여부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