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화가 김훈'을 버리고 건축가로 유명해진 김백선

2013-05-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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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부터 학고재 갤러리에서 개인전..사진 영상 설치 선봬

한국전통의 미감을 살린 건축가로 유명한 김백선씨가 20일 학고재갤러리에서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화가 김훈을 버린 남잔, 건축가 김백선으로 유명해졌다.

벌써 15년전 일이다. "어느날 무속인이 찾아와 김훈을 '김백선'으로 이름을 바꾸면 좋다고 권하더군요. 우연인진 몰라도 그가 말한 일백'백' 베풀'선'으로 바꾸자 진짜 일이 술술 풀리더라고요.하하."
인생은 타이밍이다. '통섭의 시대', 화가이자 설계 디자이너이고 사진가이면서 아트디렉이자 건축가인 김백선(47)은 날개를 달았다.

한남동 UN빌리지,청담동 품타워,삼성건설 래미안갤러리,하나은행 프라이빗 뱅크, 배이사이드클럽하우스, 용산국제빌징 주변 제3구역, 롯데월드타워 커뮤니티공간등이 그의 설계작품이다. 해외에도 진출했다. 베이징 문리버 타운하우스 빌라단지, 중국 당산호텔 인테리어설계, 텐마크주재 한국대사관도 그가 지었다.제2롯데월드 주거공간도 그가 맡았다.

'김백선 건축'은 한국적 미감이 발현된 현대적 공간인 특징이다. 한지를 사용하는 그의 건축양식때문에 그의 이름을 딴 '백선지'라는 한지도 있다. 전통과 현대사이, 그에게 '짓는다'는 것은 소유하는 것이 아닌 소통의 근간이다. 또 행복지수를 가치있게 높일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다.

하지만 그에게 화두는 단 하나. '나에게 수묵화란 무엇인가?'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시작된 근원적인 질문이다.

삶은 의외의 연속이다. 그도 그렇다. 12살 어느 겨울, 아버지가 들고온 달력에서 본 '눈오는 설산'그림이었다. 그냥 좋아서 그 그림을 모사하기 시작했다. 모사는 일상이 됐다. 교육자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그리는걸 못마땅해했다.

"중 2때 아버지가 돌아가신후 할아버지는 그림그리는 절 위해 동양화 선생을 소개해줘 그 분의 무릎제자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전남 목포가 고향인 그는 DJ,법정스님이 다녔던 목포상고에 다녔다. 공부는 뒷전, 대학도 갈 생각도 없었다. 고 3때였다. 당시 홍익대 실기대회에 참가했다. 전국 미술대를 꿈꾸는 학생들에겐 실력을 겨루는 대회이자 축제였다. 의외의 결과. 1등에 당선됐다. '그림 천재'. 그렇게 홍익대 동양화과에 입학했다. 그림에 있어선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대학 4년때인 198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하고 화가로서 화려한 데뷔를 했다.

하지만 동양화가로 먹고살긴 만만치 않았다. 세번 열었던 개인전 팜플릿을 들고 미술과 이어진 인테리어 회사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미대출신 건축가가 운영하는 SO갤러리에 취직했다. 그렇게 화가에서 건축디자이너로 인생이 바뀌게 됐다.

수묵화 같은 공간.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그의 작품의 배경이다. 사물을 보는 관념적 표현은 그의 사고와 이어져있다. 동양화를 했고 건축을 하면서 우리전통의 원형가치를 알게되면서 문화 콤플렉스를 극복했다. 이제는 '한류'시대. 유학갔다가 또다시 한국을 공부하는 건축가들도 많다고 했다.
건축가 김백선./사진=박현주기자


그는 "회화나 공간에 사람의 삶이 녹아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문화환경과 어울림과 동시에 현대인의 삶과 일치하는 공간은 한옥"이라고 주장한다.

"이제는 그동안 우리가 지켜온 전통의 가치를 향유하며 소비할수 있는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우리의 전통은 그저 지키고 보존하는 대상이 아니라 누리고 향유하며 그로부터 위로받고 행복을 느낄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건축가'로 이름난 그가 지금껏 진행해온 공간과 문화에 관한 프로젝트, 사진, 수묵화 등을 한자리에 모은 개인전을 연다.

흔들리는 대나무를 담아낸 김백선의 사진작품.

오는 22일부터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여는 이 전시는 '김백선의 건축 문화예술'이 총체적으로 담겼다.

전시장은 그의 화두인 '수묵화란 무엇인가?'로 시작된다. 뿌옇게 안개 낀 설악산의 모습을 담은 영상작업으로 발길을 멈추게 하는 작품은 '형상에 대한 무형상'을 보여준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봤을때 멈춰있다고 규정하는 것일뿐입니다. 흐름속에 멈추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은 언제 진행형이죠. 안개작업은 내가 생각하는 심상적 사유를 통한 물성의 감성적 가치에 대한 표현입니다."

꽂꽂하다고 생각하던 대나무는 그의 사진작업에선 유난히 흔들리고 있다. 매화꽃을 보러간 광양에서 만난 대나무들은 흔들림이었다고 했다.

전시장에는 사진 10점, 수묵화 3점, 영상 10편과 짓다만 건축같은 작품도 설치됐다. '스기나무'로 얼키설키 엮어진 '집'작품은 향을 발산하며 나무향기에 취하게 한다.

"좋은 건축가, 좋은 디자이너의 조건요?. 진솔하게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건축에 담아내고 싶어요.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시에 맞춰 지난 20년간 자신의 건축, 디자인 작업을 망라한 작품집도 펴냈다. 전시는 3월 17일까지.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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