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 대상 세미나에서 "최근에도 정부가 국민연금 등을 이용해 증권시장에 보이지 않게 많이 개입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정부의 자본시장 개입에 반대하며 노태우 정부 시절을 예로 들었다. 당시 코스피가 840선에서 500선 밑으로 떨어질 때도 정부가 증권시장에 개입하지 않았고, 결국 시장이 스스로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았다.
김 전 위원장은 "(경제수석 당시 주가가 폭락하자) 증권·금융시장이 붕괴되니 정부가 이를 막으라는 협박 전화가 집으로도 많이 왔다"며 "노태우 대통령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조언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도 정부가 국민연금을 이용해서 주가 하락을 막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방식은 안된다"며 "국민연금은 고령자 생활안정 만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데, 만약 주식에 투자했다 큰 손해를 보면 어떻게 하나"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세계 경제 회복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재정절벽 협상이 타결됐지만 문제가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고, 유럽위기의 지속, 일본 '아베노믹스'의 한계 등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정부 재정을 더욱 악화 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올해 세계 경제가 활황을 보이기 힘들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제의 평균 GDP 성장률은 3.5% 내외, 우리나라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성장을 위해 재별 개혁 등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의 일화도 꺼냈다.
김 전 위언장은 "정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일 때, 중공업하다가 백화점 등 소매업에까지 손 대는 것은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경제민주화가 중소기업과 서민 등에 만 치우쳐, 자본시장 발전을 막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경제민주화가 강조되면서 지난 3~4년간 자본시장에 대한 감시만 강화됐다"며 "금융투자업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할 중요한 시점인데, 새로운 정부에서 자본시장을 규제 대상으로 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경제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개혁하자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며 "정치적 목적이나 선거를 위한 경제민주화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를 보면 실질적으로 금융당국이 감시해야할 곳은 제대로 못하고, 필요없는 곳은 규제를 하려고 덤비는 인상"이라며 "금융감독 시스템을 완화해야 할 곳은 완화하고 규제 더해야할 곳은 규제 더 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