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받은 살인교사 혐의자 8년만에 보험사기 드러나

아주경제 신원선 기자=살인교사죄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8년 만에 살인교사와 연관된 보험사기 혐의로 다시 재판에 회부돼 중형에 처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성용 판사는 12일 내연녀와 짜고 부인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한 다음 부인이 살인 사건에 휘말려 사망하자 보험금 8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된 모 사찰 주지승 A(50)씨에게 징역 7년 5개월을 선고했다.

내연녀(42)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03년 3~4월 내연녀를 부인인 것처럼 속여 종신보험 3건에 가입한 뒤 같은해 10월 부인이 사망하자 2005년 5~7월 보험금을 타냈다.

보험금 수령이 늦어진 것은 그 사이 A씨가 행자승을 시켜 부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1심은 "A씨가 시킨대로 했다"며 자수한 행자승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A씨가 부인을 살인하도록 사주할 동기가 부족하다고 보고 특수절도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행자승의 진술이 경험자만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점,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자신의 부인을 살해한 행자승에게 적개심을 표시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원심을 깨고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대형로펌 변호사까지 선임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아냈고, 결국 1심과 같은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다.

  
하지만 작년 1월 수상한 점을 발견한 보험회사가 A씨와 내연녀를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재판부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살인교사 등 혐의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무죄 확정판결 내용을 판결문에 적시하며 과거 사건과 보험 사기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