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통화전쟁에 진입한 ECB… 과제는?

2013-02-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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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급격한 엔저로 글로벌 통화전쟁이 점화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과제도 산더미처럼 늘고 있다. 그동안 ECB는 이례적인 조치를 통해 역내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감소시켰다. 지난해 재정위기로 궁지에 몰렸던 유럽 경제도 미약하지만 회복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일본 아베노믹스의 엔저 공세에 최근 유로존의 악재가 겹치면서 불길한 기운은 다시 유럽 금융시장을 엄습하고 있다. 스페인·이탈리아 등의 정치리스크가 부각되고 일본의 과도한 엔저정책으로 유로화 가치는 급등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가 1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유럽 경기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중앙은행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3차 양적완화를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공식적인 글로벌 통화전쟁의 선포다. 전문가들은 ECB가 환율전쟁에 진입했으며 유로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 드라기 총재의 착각… 금융시장 다시 불안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유럽 경기지표가 모두 개선됐다고 강조하고 금융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연쇄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스페인·그리스 등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한 자락 마무리되면서 채권·주식시장도 진정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유로존 금융시장은 다시 요동을 쳤다.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불법자금 논란에 휩싸이고 퇴진압박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오는 25일 총선을 앞두고 긴축정책 폐기를 비롯한 각종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운 실비오 베르루스코니 전 총리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급등해 각각 5.39%, 4.48%를 기록했다. 둘 다 올해 최고치다.

게다가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몬테파스치가 파생상품 거래로 인해 지난해 7억3000만 유로의 자산 손실을 입었다. 몬테파스치는 산토리니로 불리는 파생상품 거래로 3억520만 유로, 파생상품 '알렉산드리아'와 '노타이탈리아' 거래로 각각 2억7250만 유로, 1억5170만 유로의 손실을 입었다. 블룸버그는 몬테파스치의 감독권을 가진 이탈리아은행의 총재였던 마리오 드라기의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드라기 총재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ECB의 은행 감독체제에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실물경제를 회생시키는 일이다. 유럽은 여전히 실업률이 치솟고 경제활동은 상당히 취약하다. ING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실물경제를 치유할 수 있는 ECB의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유로존 12월 실업률은 사상 최대치인 11.7%를 기록했다. 이 기간 실업자 수만 1870만명에 달한다. ECB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1.2% 성장하기에 앞서 올해 유로존 경제가 0.3%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통화전쟁에 진입한 ECB… 환율방어 하나

ECB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치솟는 유로화다. 유로화는 올해 들어 3.5% 이상 상승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의 환율은 1.36달러를 돌파하며 201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오랜 상승세다. 지난해 7월 드라기 총재가 유로를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유로화 가치는 11%나 상승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엔화를 무제한 풀겠다고 나서면서 유로화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이는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는 유럽 경기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유니크레디트는 달러 대비 유로화가 10% 상승할 때마다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0.5~0.7%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유로화 절상이 과도하다며 ECB가 외환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내세우는 독일은 과도한 개입을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드라기 총재가 통화정책 및 유로화 강세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드라기 총재가 환율전쟁이나 경쟁적인 평가절하란 단어를 발언하면 ECB가 유로화 강세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금까지 환율에 대한 발언을 아꼈다. 지난달 드라기 총재는 통화전쟁에 대한 질문에 "환율이 성장과 가격 안정성처럼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면서도 "환율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맞서 유로를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ECB가 글로벌 금리정책 트렌드에 상반된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선 기준금리를 유지하더라도 2분기에는 낮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한편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은 오는 15일 이틀간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전쟁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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