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낙마로 다른 총리 후보군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박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31일 “원로 법조인으로 존경받던 김 위원장이 자진사퇴하면서 총리직을 제안받은 다수 인사가 손사래를 치고 있다”며 “신상털기식 인사 검증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반대까지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에 앞서 박 당선인으로부터 총리직 제안을 받은 일부 인사들은 “가족이 반대한다” “재산 사항들이 명쾌하게 정리되기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박 당선인 측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촉박한 시간도 박 당선인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여야는 총리 인준안을 다음달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대통령 취임식(2월 25일) 일정과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는 현행법을 감안하면 늦어도 24일엔 청문회가 끝나야 한다. 이 일정을 지키기 위해선 박 당선인이 다음달 4일까지는 총리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
일주일도 채 안되는 시간밖에 없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촉박하게 하다가는 일을 그르친다”며 여유있게 하자는 ‘속도조절론’도 나오고 있다.
최대 숙제는 박 당선인이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다. 박 당선인은 ‘김용준 낙마’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검증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각종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마당에 후임 총리 후보자마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다면 새정부 출범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후보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결정적 흠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박 당선인이 인식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인사검증 파일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를 무사 통과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여권 안팍에서는 이재만 보좌관 등 박 당선인의 측근을 중심으로 한 ‘비선’ 인사 검증에서 벗어나 공개적인 인사검증 태스크포스(TF)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수위의 한 인사도 “그동안 부실 인사검증 논란이 있었다”며 “당선인이 인사검증 TF를 둘지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