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공급하는 시프트는 지난해 경쟁률이 16대 1을 넘어섰고, 최근 LH가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지구내 장기전세주택도 일반공급 1순위 마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시장과 업계에서는 공공기관의 책임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양 원흥지구 등 장기전세 청약 경쟁 치열
LH가 지난달 30일 실시한 서울 강남·서초, 고양 원흥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장기전세주택 일반공급 결과 대부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다.
저소득층 수요가 많지 않은 강남·서초지구의 경우 평균 경쟁률이 각각 1.77대 1, 3.5대 1을 기록했다.
고양 원흥지구는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경쟁률이 2.2대 1이었다. 전용면적 59㎡의 경우 7.3대 1로 높은 인기를 나타냈다. 이 지구는 보금자리 분양물량 미계약분이 아직도 남아 있을 만큼 매매 수요가 실종된 상태다. 반면 임대 수요는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경쟁률을 기록했다.
LH 관계자는 “전셋값이 계속 상승세를 타면서 실제 청약률도 꽤 높았다”며 “2~3순위에서는 해당지역 주민 이외 거주자도 청약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됐다”고 전했다.
SH공사가 공급하고 있는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도 갈수록 인기다. 2007년 첫 공급 당시 경쟁률이 7대 1이었던 시프트는 매년 인기를 끌더니 지난해에는 16대 1까지 치솟았다.
주변 전셋값의 약 80%에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더구나 SH공사에서 공급하는 이 주택은 민간 임대주택이나 LH의 전세 물량보다 저렴해 인기가 더 높다.
SH공사는 올해 5700여가구의 시프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공급 물량의 약 7배에 이른다. 다만 시프트는 LH 장기전세주택과 달리 서울 거주자만 청약할 수 있다. LH 장기전세주택은 해당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 거주자도 청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월세난' 공공기관 책임론 대두
전·월세 수요가 이처럼 급증하자 시장과 업계에서는 공공기관이 공급에 더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LH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조성하는 보금자리택지지구에 들어서는 주택을 전량 임대주택으로만 공급하라는 업계의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주택협회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중순“보금자리주택은 임대로 모두 전환하고 추가 보금자리지구는 조성할지 말 것”을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건의한 상태다.
김동수 주택협회 진흥실장은 “보금자리주택지구 추가 조성 재원으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행복주택' 공급에 나서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통한 임대물량을 확대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와 대통령직 인수위도 이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를 하고 있는 상태다. 국토부는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올해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 비율을 20%로 낮추고 임대 비율을 80%로 늘리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담당자는 이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없지만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는 만큼 전세를 포함한 임대주택은 예년보다 더 늘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