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한국건설산업연구원·주택산업연구원 등 5개 건설관련 단체 및 민간 연구기관은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일본식 주택 증여세 비과세 조치를 건의했다.
이에 따라 취득세·양도세 감면에 이어 증여세 면제라는 또 다른 세제 감면 방안이 화두로 떠오르게 됐다.
증여세란 재산을 무상으로 타인에게 넘길 때 부과되는 세금으로 통상 집값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주택 증여에 따른 세금을 없애준다면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의 경우 이 같은 증여세 면제 조치를 통해 일정 부분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가 이미 상당 부분 해제된 상황에서 증여세까지 없앤다면 부자 감세 및 부의 세습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여세 면제로 주택 수요 창출해야"
주택 증여세 비과세 조치는 일본에서 먼저 시행됐다. 일본의 경우 2010년부터 20세 이상이 직계존속에게서 주택을 증여받았을 경우 증여세를 비과세하고 있다. 이 조치로 신규 주택 수요가 살아나는 등 일본 부동산시장은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신규주택 착공 실적은 2009년 77만5000가구에서 2010년 81만9000가구로 5.6%가 늘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과 집값 하락,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갖은 부동산 대책에도 주택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의 주택 정책처럼 증여세 비과세를 시행해 투자 심리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 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적지 않다. 부모가 성년인 자녀에게 3억5000만원짜리 집을 증여했다면 세금으로 4860만원을 내야 한다. 만약 2억원의 채무가 있다고 해도 1260만원이나 증여세가 부과된다.
증여세가 면제되면 우선 과도한 주택담보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평가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집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다보니 보유 주택을 아예 자녀들에게 물려주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며 "증여세 면제는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는 급매물 증가를 막는 동시에 새로운 주택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시장 정상화를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증여세뿐만 아니라 취득세와 양도세 등 세제 부분의 전반적인 재정비와 함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도 동시에 이뤄진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도 “증여세 면제와 함께 취득세 법정세율 2% 영구 인하 등 여러 가지 세제 감면 방안을 인수위에 건의했다"고 전했다.
◆사회적 거부감 강해 실현될지는 미지수
증여세 감면 조치의 통과 여부 및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증여세 감면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가장 큰 관건이다. 증여세가 자신의 자녀에게 물려주는 주택에 대해 부과되는 만큼 '부의 대물림'이라는 관점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경제 민주화나 신혼집 증여세 조사 강화 등 최근 분위기가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국민 정서상 증여세 감면 방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거래시장을 살릴 수 있는 확실한 재료이지만 '부의 세습'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강해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취득세 감면 연장과 다주택자 양도세 및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증여세 감면이 시행된다고 해도 주택 거래 활성화라는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주택 경기 침체가 수십년간 지속된 일본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일본은 제로 금리가 지속되면서 오랫동안 자금을 모아뒀던 노년층이 많아 증여세 감면이 효과를 볼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시중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다른 쪽으로 흘러갔거나 증여를 이미 마친 경우가 많아 거래시장을 활성화시킬 만큼의 수요를 창출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