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올린 글 대부분이 정부·여당의 입장을 옹호하고 야당에는 비판적인 내용이어서 김씨의 이런 활동이 선거에 개입한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경찰이 이를 알고도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나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김씨가 인터넷 게시글에 찬반 표시를 한 것과 사적인 글을 올린 것 외에 대선 관련 글을 쓴 것은 없었다고 밝혀왔다.
여기에 경찰이 대선 직전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만 조사한 상태에서 대선과 관련해 어떠한 댓글의 흔적도 없다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배경에도 의혹을 사고 있다.
31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 28일부터 불법선거운동 의혹이 불거진 12월 11일까지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와 ‘보배드림’에 각각 49개, 29개의 글을 작성해 게시했다.
해당 글은 주로 4대강 사업이나 해군기지 건설 등 정치,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이 일었던 이슈와 관련됐으며 대부분 정부나 새누리당에 유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해 12월 5일 ‘남쪽 정부’라는 제목의 글은 ‘어제 토론 보면서 정말 국보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겼다.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조차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라고 써있다. 전날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남쪽 정부라는 표현을 쓴 것을 비판한 셈이다.
또 금강산 관광 재개 논란에 대해서는 북한의 신병안전보장 등에 관한 약속이 없는 한 안된다는 내용으로 반대 취지의 글을 올렸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6일 진보성향 웹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48번째 해외순방? 진짜 대단한 듯’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이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순방한다고 한다. 자그만치 48번째 해외순방이라는 데 압도적인 역대 최고, 정말 대단한 거 같다”고 썼다.
또 11월 30일 ‘해군기지 뭐 어쩌자는 거지?’라는 글에서는 “해군기지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결국 예결위에서 처리가 보류됐다고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사업 시작한 지가 벌써 몇년이다…”라는 내용으로 예산안 처리를 보류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타인의 게시물에 ‘추천·반대’ 형식으로 99차례에 걸쳐 단 찬반표시도 일관되게 정부ㆍ여당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국정원은 정상적인 대북심리전 활동일 뿐 선거 개입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국정원 직원 신분인 김씨가 대선을 앞두고 예민한 정치·사회문제에 대해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내용의 글을 지속적으로 작성한 만큼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다음주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