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원선 기자=30일 오전 11시 40분 전주 덕진 소방서에 119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빨리 와 달라. 전에도 한 번 신고한 적이 있다"는 내용뿐 신고자와 사고 장소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소방당국은 발신지를 역추적해 사고 현장을 알아냈고, 황급히 도착한 현장에는 A(52)씨와 아내 B(55)씨, 큰아들(27), 작은아들(25)이 집 안에 쓰러져 있었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작은아들을 제외하고 모두 숨졌다.
이 사건을 두고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씨 가족이 사는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8일에도 질식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A씨 부부와 작은아들이 이미 병원 신세를 졌었다.
당시 이들의 주장은 "도시가스가 역류해 질식을 일으켰다"는 것이었고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대기 및 온실가스 관리 연구센터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조사했지만 가스시설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로부터 20여 일 뒤 또 한 번의 질식사고가 발생해 가족 4명 중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것. 이번에는 안방과 작은 방 두 곳에서 연탄 화덕이 발견되는 등 전형적인 자살시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작은아들은 사건 현장에서 깨어나 119에 신고를 했고 자살시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작은아들은 경찰에서 "새벽 5시까지 형과 함께 술을 마셨고 형이 건네준 우유를 마시고는 곯아떨어졌다"며 "깨어나 보니 연기가 자욱했고 119에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사망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아온 A씨의 친구는 가족의 자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A가 얼마 전에도 땅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땅을 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며칠 전 가스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울분을 토한 A가 자살한다는 것이 전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웃들은 자살의 원인으로 가족의 생활고를 의심했다.
A씨 가족은 17평 아파트에 월세로 살고 있었다. 게다가 A씨 아내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집 근처에 2층짜리 콩나물 재배 공장을 소유하고 있고 큰아들 역시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었다. 두 사업체는 장사가 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인 것은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상 일가족이 자살을 시도할 때는 유서를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작은아들도 자살 시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현장에는 외부의 침입 흔적이 없어서 이들 가족 외에는 관련자가 없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작은아들의 정확한 진술이 있어야 명확하게 사건 경위가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